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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서 손기정에게 새겨진 'JAPAN' 뜯고 'KOREA' 새긴 국회의원

이 한국인은 손기정 선수에게 붙어있던 'JAPAN'을 떼어내고 국적을 한국(KOREA)으로 고쳤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지난 1970년 8월 15일 광복절,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던 한 한국인의 가슴이 요동쳤다.


베를린 스타디움의 올림픽 승리자 기념탑에 새겨진 손기정 선수의 국적이 '일본(JAPAN)'으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글자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이 한국인은 모두가 잠든 밤 다시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손기정 선수에게 붙어있던 'JAPAN'을 떼어내고 국적을 한국(KOREA)으로 고쳤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박영록 전 의원


이 과정에서 'KOREA'라는 단어를 만들기 위해 각각의 알파벳을 다른 우승비에서 떼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아챈 독일 당국에 의해 그에게는 '절도 및 공공재산파손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하지만 이 한국인은 독일 경찰에 체포되기 전에 한국으로 출국해 처벌을 피했다.


영화 같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박영록씨. 그는 놀랍게도 4선 국회의원 출신의 정치인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지난 1922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태어난 박 전 의원은 1960년 최초의 민선 강원도지사로 선출됐다.


그는 도지사 재직 시절 관용차도 타지 않고 도시락을 싸서 다닐 정도로 청렴했다고.


하지만 5·16 정변으로 인해 군사정권이 들어서자 1963년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1967년에는 신민당 후보로 강원도 원주시-원성군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 강원도 선거구 유일의 야당 당선자가 되기도 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후 그는 군사정권의 폭주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청백리가 군사정권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지난 1980년 전두환 정권은 박 총재가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를 영장 없이 강제 연행했다.


현역의원이었던 그는 47일 동안 구금 당한 채 온갖 가혹 행위를 당했다. 얼마 되지 않는 재산도 몰수당했다.


이로 인해 그는 지금도 서울특별시 성북구 삼선동의 2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럼에도 그는 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한민국 청렴 정치인 대상'을 수상한 뒤 상금 1억원을 전부 사회운동에 투입했다.


각종 추문과 비리로 얼룩진 한국 정치판에서 한 마리 백조와 같았던 인물인 것이다.


한편 박 전 의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꿔놓은 손기정 선수의 국적은 현재 다시 'JAPAN'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한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