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 16℃ 서울
  • 8 8℃ 인천
  • 16 16℃ 춘천
  • 15 15℃ 강릉
  • 16 16℃ 수원
  • 13 13℃ 청주
  • 13 13℃ 대전
  • 11 11℃ 전주
  • 13 13℃ 광주
  • 16 16℃ 대구
  • 18 18℃ 부산
  • 16 16℃ 제주

'사랑꾼' 정조가 20년간 짝사랑하며 두 번이나 프러포즈했던 여인

정조가 첫눈에 반해 한평생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으니, 의빈 성씨(宜嬪成氏)였다.

인사이트MBC '이산'


[인사이트] 김연진 기자 = "과인은 궁녀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정조는 단호히 말했다. 그랬던 정조가 첫눈에 반해 한평생 사랑했던 여인이 있었으니, 의빈 성씨(宜嬪成氏)였다. 본명은 성덕임.


MBC 드라마 '이산'에 등장한 성송연(한지민 분)이 의빈 성씨를 각색해 만든 인물이다.


의빈은 영조 29년인 1753년 태어났다. 이후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라 1762년 혜경궁 홍씨 처소의 궁녀로 입궁했다.


이 해에 정조는 11살이었다. 나이가 어렸던 정조에게는 아픔으로 기억될 시기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壬午禍變)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인사이트MBC '이산'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정조의 눈에 아름다운 소녀 의빈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궁녀를 가까이하지 않겠다던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정조는 의빈을 마음에 품었고, 어린 시절 소꿉친구처럼 지내며 가까이했다.


그러던 중 정조가 15살이 되던 해에 정조가 의빈에게 승은을 내렸다.


정조가 직접 지은 '어제의빈묘지명'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처음 승은을 내렸을 때 의빈은 울면서 효의왕후(정조의 비)가 아직 아기를 낳지 못했으니 감히 받을 수 없다고 사양했다"


의빈은 죽을 각오로 정조의 승은을 거절했다. 사실 궁녀가 임금의 승은을 거절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인사이트MBC '이산'


정조는 노여워하지 않았다. 재촉하지도 않았다. 정중하게 의빈의 거절을 수긍하고 마음을 접기로 했다.


그러나 정조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15년이 지나 다시 승은을 내렸고, 의빈이 이를 받아들이며 후궁이 됐다.


20년을 기다린 끝에 결실을 맺은 절절한 사랑. 안타깝게도 그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비극을 맞았다.


1782년, 의빈은 정조의 아들을 낳았다. 문효세자였다. 2년 뒤인 1784년에는 옹주를 낳았지만 태어난 지 2개월 만에 눈을 감고 말았다.


왕세자로 책봉됐던 문효세자도 홍역으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에 의빈도 셋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의문에 병에 걸렸다. 역사학자들은 정확한 병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두 아이를 잃은 마음의 병이 가장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이트MBC '이산'


그리하여 세상을 떠난 의빈 성씨. 정조는 슬픔에 사무쳐 밤을 지새웠다.


정조는 후궁이었던 의빈 성씨를 위해 비석에 새길 글을 직접 지었다. 이것이 바로 '어제비문(御製碑文)'인데, 그 내용을 보면 정조가 의빈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아! 너의 근본이 굳세어서 갖추고 이루어 빈궁이 되었거늘, 어찌하여 죽어서 삶을 마치느냐?"


"지금 이 상황이 참 슬프고, 애통하고, 불쌍하구나. 네가 다시 살아나서 이승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중략)


"마음이 참 슬프고 애가 타며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 사랑한다. 참으로 속이 탄다"


"네가 죽고 나서 나와 헤어졌다. 나는 비로소 너의 죽음을 깨달았다"


인사이트MBC '이산'


김연진 기자 ji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