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사업 쫄딱 망해 옥탑방 살던 가장이 아내 하늘로 떠나보내고 쓴 글

호강 한 번 시켜주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남편은 미안함과 원통함에 눈물을 쏟았다.

인사이트영화 '장례희망'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제대로 호강시켜주지도 못했는데 고생만 하다 하늘로 먼저 가버린 아내를 떠나보내며, 한 남편이 남긴 절절한 사부곡이 눈시울을 붉힌다.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남편의 가슴 아픈 사연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글쓴이 A씨는 지난해 12월 거래처가 부도나면서 덩달아 사업이 망해 쫓겨나듯 집을 나왔다.


아내와 어린 딸까지 세 식구가 겨우 자리를 잡은 곳은 칼바람이 새어드는 한 옥탑방.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완득이' 


몸도 다 누이기 힘든 반쪽 자리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세 식구는 서로를 꼭 품에 안으며 겨울을 났다.


지독했던 한파가 지나가고 조금씩 볕이 드는가 싶던 어느 날, 아내는 명절을 맞아 홀로 사시는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시골로 내려갔다.


그곳 저수지에서 아내는 숨을 거뒀다.


A씨는 "시골 가기 전 들른 마트에서 수십번 들었다 놨다 하던 과일을 큰마음 먹고 사던 모습이 눈에 자꾸 아른거려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완득이'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고아나 다름없었던 A씨에게 아내는 따뜻한 정을 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월급 탄 기념으로 간만에 삼겹살을 먹으러 간 날, 돈이 없어 겨우 2인분만 시켰는데 아내는 두어 점 먹더니 배부르다며 A씨에게 남은 고기를 모두 건넸다.


보일러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A씨에게 밥 사 먹으라며 주머니에 몰래 돈을 꽂아 넣기도 했다. 참으로 마음 씀씀이가 달랐던 아내였다.


그런 아내에게 마음껏 고기 한 번 먹여보고 싶어 A씨는 조그맣게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늘은 A씨의 편이 돼주지 않았다. 거래처가 부도나면서 A씨 사업도 쫄딱 망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2TV '황금빛 내인생' 


어떻게든 살아보려 발버둥 쳤지만 끝내 아내는 기다려주지 않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A씨는 "딸아이를 또다시 저와 같은 고아로 살아가게 하기 싫은데 자꾸 나도 아내가 가는 길이 생각난다"며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힘없이 변해간다"고 한탄을 쏟아냈다.


어린 자식에게 상복을 입혀놓고 세 식구 꼭 붙어 잠자던 옥탑방에 덩그러니 앉은 A씨.


그는 "무너져 내린 가슴에 눈물로 넋두리를 해본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


고달픈 세상을 뒤로하고 먼저 떠나버린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남겨진 한 가장의 애통섞인 넋두리는 많은 누리꾼들을 눈물짓게 했다.


누리꾼들은 "힘내셔야 한다", "딴 마음 드시면 안 된다", "마음이 무겁다.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 "먹먹하다.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꼭 견뎌야 한다"며 작지만 큰 위로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