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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 판사' 천종호, 8년만에 소년법정 떠난다

8년 동안 비행 청소년들의 아버지를 자처해오던 '호통판사' 천종호 판사가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다.

인사이트tvN '빨간의자'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8년 동안 소년 재판을 해오던 '호통판사' 천종호 판사가 일반 법정으로 돌아간다.


지난 21일 천종호 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산지방법원으로 발령받은 소회를 털어놨다.


천 판사는 "소년재판을 계속하려고 부산가정법원에 잔류하거나 울산가정법원 등 소년보호재판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 판사가 발령받은 곳은 다름아닌 '부산지방법원'으로 8년간 해오던 소년법정 생활을 끝내게 됐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는 인사발령을 접한 심정에 대해 "온몸의 기운이 빠지면서 가슴은 아파오고 형언하기 어려운 슬픔이 밀려와 공황상태에 빠져버렸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소년재판전문가에 대한 배려라고는 없는 인사로 사랑하는 아이들을 떠나게됐다"며 비통함을 표했다.


그동안 비행 청소년들의 '아버지'를 자처하면서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을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도와 온 천 판사는 "소년보호재판은 우리나라 재판에서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고 지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6시간 동안 100여 명을, 1명당 고작 3분밖에 안 되는 '컵라면 재판'을 해야 해 아이들은 법정에서 아무런 경각심을 느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SBS '학교의 눈물'


또한 퇴직 시까지 소년보호재판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했다.


아이들의 대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8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온 천 판사는 "열악한 재판 환경뿐만 아니라 선거권이 없다는 이유로 천박하게 취급되며 아무도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는 비행 청소년에 대한 국가와 사회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심호흡 크게 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며 "8년째 소년재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머리 숙여 감사하고 앞으로도 소통의 끈을 끊지 않고 아이들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SBS '학교의 눈물'


한편 우리나라 사법 사상 8년간 소년재판을 맡은 법관은 천종호 판사가 유일하다.


그는 2010년 창원지법에서 처음 소년재판을 맡은 후 3년 뒤 전문법관을 신청해 부산가정법원에서 5년째 소년재판을 담당해왔다.


천 판사는 비행 청소년에게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10호 처분(소년원 송치)을 많이 선고하면서도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호통을 쳐 깨달음을 주는 판사로 유명하다.


김한솔 기자 hanso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