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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의 변명만 가득한 편지 가치 없다며 날려버린 '사이다' 판사

피해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성폭행범의 편지를 가차 없이 버리는 판사의 모습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giphy


[인사이트] 황비 기자 = 연극계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국내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150명이 넘는 미국 체조선수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팀닥터에게 최고 175년 형을 선고한 판사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주 랜싱 법원 로즈마리 아퀼리나(Rosemarie Aquilina) 판사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래리 나사르의 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40~175년을 선고했다.


이날 진행된 나사르의 선고 공판에는 피해자 150여 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함께 법정이 참석했다.


인사이트Now This


인사이트YouTube 'Global News' 


아퀼리나 판사는 공판 내내 단호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나사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피해자들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보내며 피해자들의 아픔에 십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공판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다.


재판이 열리기 전 나사르가 제출한 편지 형식의 반성문을 가치도 없다는 듯 던져버리는 아퀼리나 판사의 모습이었다.


해당 편지는 '반성문'이란 명목을 띄우고 있었으나 그 속엔 "미디어가 피해자들에게 내가 한 행위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란 말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의미의 'Hell hath no fury like a woman scorned'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퀼리나 판사는 "이 편지는 피고인이 아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차가운 표정으로 편지를 내던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또 "당신은 아직도 당신이 옳고, 의사이며, 자격이 있고, 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으며, 단지 치료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난 당신에게 내 개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아퀼리나 판사의 시원한 일침에 피해자들과 해당 사건에 분노하던 대중은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자 범행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시간주립대와, 미국 체조협회에 대한 수사가 착수됐다.


또 미시간주립대 루애나 사이먼 총장은 나사르의 선고 당일 사임했으며, 미국 체조협회 이사진 전원 또한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명령에 전원 사퇴한 상황이다.


이는 성폭력 사건을 방관해 피해자들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지 못했던 체조계 전반에 대한 전면 개혁 조처로 해석된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 추문과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사건으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해당 성 추문들이 너무나 공공연한 사실이었음에도 모두가 방관하고, 침묵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 나사르를 고발한 여성들의 용감한 미투 운동 참여와 함께 아퀼라나 판사의 엄중한 처벌은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만약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나사르에게 중형을 선고한 아퀼리나 판사가 없었다면 다른 피해자들은 더이상 움츠러들어 피해사실을 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도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격려해줄 아퀼리나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이 이제야 세상에 조금씩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황비 기자 be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