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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지 말아요"…악조건에도 죽은 동생 이름 빛낸 노선영의 '감동 질주'

동생 故 노진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누나 노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골육종 투병 끝에 세상을 먼저 떠난 동생 대신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했던 누나 노선영이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고개를 숙였다.


동생 故 노진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누나 노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노선영이 고개를 숙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누나이기 전에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로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뛴 '감동의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이다.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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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자 팀추월 강호로 꼽히는 네덜란드와 1조 경기를 펼친 한국 여자 대표팀은 박지우가 선두로 출발한 가운데 노선영과 김보름이 차례로 순서를 바꿔 역주를 펼쳤다.


경기 중반에 접어들었을 때 선수들 사이의 간격이 점차 벌어졌고 결국 마지막 주자 노선영은 외롭게 결승선을 통과해 한국 여자 대표팀은 3분 3초 76의 기록으로 7위에 그치고 말았다.


팀추월은 마지막 추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짓기 때문에 서로 엉덩이를 밀어주며 격려해야하는 경기다. 선수들 간의 호흡과 페이스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목인 셈이다.


이날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노선영은 앞선 박지우가 쳐지자 손으로 밀어주며 달리는 배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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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보름과 박지우는 경기 후반 노선영이 뒤쳐졌음에도 불구 이를 신경쓰지 않은 채 속도를 냈고 둘이서만 결승선을 통과해 버렸다.


결국 한국 여자 대표팀은 결국 4위까지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고 노선영은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 한켠에 홀로 앉아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경기를 끝마친 노선영은 스스로를 자책이라도 한 듯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을 본 외국인 밥 데 용 코치만이 노선영에게 다가가 최선을 다해 경기를 펼친 노선영을 위로했다.


사실 노선영의 이번 올림픽은 출전부터 우열곡절이 많았다. 빙상연맹의 행정착오 때문에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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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러시아 선수 2명이 최종 명단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해 당시 예비 2순위였던 노선영에게 기적적으로 기회가 돌아왔고 노선영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었다.


당초 노선영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 했다. 자신만큼이나 소중한 동생 故 노진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선영은 계획을 바꿔 평창을 목표로 삼았다.


스케이트 끈을 다시 동여매고 악조건 속에서도 평창만을 바라보며 연습에 매진해왔던 누나 노선영.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레이스는 감히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다.


악조건 상황에서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올림픽 정신'과 진정한 스포츠 '도전 정신', '열정'을 몸소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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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영은 이제 오는 21일 오후 8시 54분 준준결승에서 8위를 기록한 폴란드와 7-8위 순위결정전만을 남겨놓고 있다. 동생 故 노진규를 위해 나서는 마지막 올림픽 경기다.


우열곡절 끝에 출전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비록 원하는 성적을 얻진 못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선영은 21일 스케이트 끈을 고쳐 매고 순위결정전에 출전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을 제대로 집중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노선영은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았고 동생 故 노진규의 이름을 빛낸 누나이자 선수가 됐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감동의 레이스를 펼친 노선영에게 그 동안 고생 많았다고,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된다고 진심어린 박수와 함께 격려를 보낸다.


고개 숙여 울먹이는 노선영에 KBS 해설위원이 언성 높이며 한 말KBS 이강석 해설위원이 경기 직후 고개 숙인 노선영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료들은 떠났지만"…홀로 남은 노선영 위로하는 밥데용 코치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밥데용 코치가 팀 추월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고 눈물을 흘린 노선영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