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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도 살인"…동료 괴롭힘때문에 투신한 선생님 제자들이 붙인 대자보

50대 교사가 '동료가 괴롭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가운데 해당 학교의 학생들이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최근 50대 교사 한 명이 '동료가 괴롭혔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며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6일 숨진 교사 A씨가 근무한 전라북도 익산의 한 고등학교에는 '방관도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XX여고 소수 학생 일동'이라고 밝힌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평소 선생님께서 같은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인격 모독과 욕설 등을 들으셨고 학교 내 따돌림으로 우울증까지 겪었다"면서 "이런 일을 단순 자살로 넘기려는 입장을 이해할 수 없어 이 글을 쓴다"고 호소했다.


인사이트A씨 남기고 간 유서 / 온라인 커뮤니티 


이어 "함께 일해 온 선생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피하기만 바쁜 선생님들 밑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런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또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선생님들 크나큰 오산이다"라면서 "피해를 보신 선생님께 다 알면서도 손 한 번 안 내밀어 주신 분들도 다 똑같은 가해자고 방관자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용기 있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앞서 A씨는 지난 1일 오전 11시 34분경 전북 익산시 황등면 한 아파트에서 15층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서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 교직원, 학생,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동료 교사 때문에 죽는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 휴대전화에는 "야 인마 52살 처먹었으면 XX, 똑바로 해"라는 동료 교사의 발언이 녹음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족들은 "지난해 6월 고인이 동료 교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고 말해 교감과 면담하라고 조언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이다.


방관도 살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OO여자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입니다. 


지난 2월 1일 11시 30분경 저희 학교 선생님 한 분께서 불미스러운 일로 우리 곁을 떠나가셨습니다. 


평소 선생님께서는 같은 과목 선생님으로부터 인격 모독과 욕설 등을 들으셨고 학교 내의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겪으셨습니다. 


저희는 이런 일을 단순 자살로 넘기려는 (학교와 경찰 측) 입장을 이해할 수 없어 이 글을 씁니다. 


기사에 따르면 학교 선생님들이 증언을 회피하신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선생님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같은 학교에서 오래는 몇 십년 짧게는 몇 년 동안 함께 일해 온 선생님께서 이런 일을 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피하기만 바쁜 선생님들 밑에서 무엇을 배워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게 정말 부끄럽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억울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억울하시다면 정당한 조사를 받으셔서 억울함을 푸시고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피해자는 있고 가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상황의 진실을 밝히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순자살로 넘기려고 했던 점들은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렸으면 합니다. 


이 대자보를 보고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선생님들 크나큰 오산입니다. 


피해를 보신 선생님께 다 알면서도 손 한 번 안 내밀어 주신 분들도 다 똑같은 가해자이고 방관자이니까요. - XX여고 소수학생 일동 -


"동료교사한테 괴롭힘 당했다"…유서 남기고 투신한 50대 고등학교 선생님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동료 교사의 괴롭힘 때문에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교사한테 왕따당해 투신한 50대 선생님이 가슴에 품고 있던 유서동료 교사의 따돌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50대 사립고 교사 유족들이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