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봉투에 버려진 코카는 눈을 뜨고 주인만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장형인 기자 = 지난달 29일 북극발 한파가 몰아닥쳐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천안의 어느 거리.


목숨이 붙어있던 강아지 코카스파니엘이 쓰레기봉투 안에서 발견됐다.


차가운 아스팔트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져오는 쓰레기봉투 안에서 녀석은 반쯤 풀린 눈으로 헐떡이며 주인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2일 경찰은 인근 CCTV를 분석해 코카스파니엘을 버린 주인을 찾았다. 범인은 아빠와 딸이었다.


그들은 "병든 반려견이 차마 죽는 모습을 볼 수 없어서 15년 된 녀석을 유기했다"고 해명했다. 


인사이트영상 제공 = 천안 동남경찰서


2018년 현재, 대한민국 동물 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청양 악마 트럭 사건'이 일어났다. 운전사가 트럭 짐칸에 강아지의 목과 다리를 줄로 묶고 달린 사건이었다.


10월에는 PC방 사장이 말을 안 듣는다며 고양이를 벽과 바닥에 집어던지며 마구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계속된 동물 학대 범죄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동물 학대자에게 엄벌을 처해달라는 여론이 형성됐고, 분노는 다행히 터무니없었던 동물 학대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모두 학대로 인정된다.


또한, 기존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적용된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럼 동물보호법이 강화됐으니 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까? 기자가 생각하기에 안타깝게도 현실은 아직 어둡다.


현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이 강화됐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동물 복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스위스는 동물보호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2만 스위스 프랑(2,300만 원)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벌금은 재산에 따라 차등 설정되기 때문에 최대 100만 스위스 프랑(약 11억 4,500만 원)까지 부과되며 가중 처벌된다.


미국은 스위스보다 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법으로 정했다. 


반려견을 잔혹하게 살해할 경우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으며, 동물 학대를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주요 범죄로 간주한다. 특히 몇몇 주는 학대자의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인사이트gettyimagsBank


2018년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동물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진일보했다.


강화된 동물보호법 시행은 동물 학대가 사회적으로 큰 범죄에 해당한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법이 촘촘해도 실제 단속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동물 학대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하다. 모두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된 게 현실이었다.


동물보호법의 지속적인 강화와 단속, 그리고 처벌까지 이뤄져야 하는 게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서 동물 복지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물 관련 범죄는 중범죄라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생각 변화와 더불어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분풀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권한을 부여하는 '동물권' 법안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인사이트(좌) 연합뉴스 (우) 영상 제공 = 천안 동남경찰서


"죽는 모습 보기 싫었다"…살아있는 반려견 쓰레기 봉투에 버린 주인15년을 기른 강아지를 '차마 죽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린 부녀가 경찰에 붙잡혔다.


'영하 18도'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반려견 "침 질질 흘리며 눈 풀려있었다"추운 겨울 쓰레기 종량제 봉투 속에 버려진 채 죽음을 기다려야 했던 강아지를 최초 목격한 발견자의 목격담이 전해졌다.


장형인 기자 hyungin@insight.co.kr

[저작권자 ⓒ인사이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