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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사망사고 검거율 100%의 ‘불편한 진실’

크림빵 아빠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만성적인 수사 인력 부족 탓에 범인 검거에 심혈을 기울여 접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 2년간 충북지역 뺑소니 사망 사고의 범인 검거율은 100%에 달한다. 

 

경찰은 사고 현장 감식을 과학화하고 CCTV를 고화질로 바꾸는 등 수사 환경이 개선된 것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수치'에 불과하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사 귀가하던 중 뺑소니 사고로 숨을 거둔 강모(29)씨의 죽음은 자칫 억울한 사고사로 기억될 뻔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주일을 훌쩍 넘기고서도 용의자는커녕 용의차량조차 잘못 특정하는 우를 범했다. 

 

엉뚱한 CCTV를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차종 4개를 언론에 공개했다. 

 

사고 현장 코앞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버젓이 두고도 현장에서 700m나 떨어진 곳에 있는 영상에서 용의차량을 찾아냈다며 설레발을 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연히 범인은 나타날 리 없었다.

 

유족 측은 줄기차게 제대로 된 현장 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에서 되돌아오는 답변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흥덕경찰서의 뺑소니 전담 경찰관은 단 3명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4명으로 전담팀이 꾸려졌지만, 인력 부족 탓에 사실상 한 명의 경찰관이 수사를 도맡아시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 보니 사고 지점 반경 3km 내 CCTV 50여개를 확보해놓고도 정작 제대로 된 용의차량 특정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던 경찰이 강력계 직원까지 동원해 수사본부를 차리게 된 건 순전히 분노한 네티즌들로 인한 '여론' 때문이었다. 

 

이른바 '크림빵 아빠'의 애틋한 순애보가 공개되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공분이 들끓었고, 조속한 범인 검거를 요구하는 거센 요구를 경찰이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경찰력이 대거 투입된 당일, 실제 효과가 나타났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17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찾아냈고, 이 영상에서 용의자인 허모(37)씨의 윈스톰 승용차가 찍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허씨는 자수했지만, 정황상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불안함을 느껴 등 떠밀리듯 경찰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경찰이 헛다리를 짚는 동안 스스로 차량 부품을 구입해 수리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허씨는 붙잡혔지만 '크림빵 아빠'라는 '스토리'가 없었다면 강씨의 죽음도 자칫 억울하게 묻힌 채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을지 모를 일이다.

 

충북의 뺑소니 사망사고는 1년에 많아야 10건 정도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범인 검거율이 높을 수 있다. 

 

반면, 연간 300여건 발생하는 뺑소니 부상사고의 경우 범인 검거율은 80%대로 뚝 떨어진다. 

 

크림빵 아빠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만성적인 수사 인력 부족 탓에 범인 검거에 심혈을 기울여 접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번 사건은 수사력을 집중 투입하면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여론의 주목을 받거나 상급기관의 질타가 쏟아지는 사건이 아니면 외면하는 악습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선돼야 한다.  

 

누구에게나 억울한 죽음이나 사고 앞에서는 '크림빵 아빠' 사연 못지않은 절절함이 묻어 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윤철규 충북경찰청장은 '내 부모와 내 형제라면'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충북경찰이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가족'처럼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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