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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조현아 갑질 후 화장실·좌석 청소 업무로 밀려난 박창진 근황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부터 '땅콩회항' 갑질을 당했던 박창진 전 사무장의 근황이 전해졌다.

인사이트(좌) 박창진 인스타그램, (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최악의 재벌갑질 사례로 손꼽히는 '땅콩회항'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해야했던 박창진 전 사무장은 4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11일 민중의소리는 박창진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전히 대한항공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의 근황을 전했다.


앞서 2014년 12월 5일 미국 뉴욕 존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위해 이동 중이던 '대한항공 086편'에 대한항공 오너 일가 조 전 부사장이 탑승했다.


오너 일가가 탄다는 소식에 승무원 증 가장 VIP 대응에 능숙했던 박씨가 해당 비행기에 올라탔다.


인사이트


박씨는 "그 사건이 일어났던 비행기에 원래 다른 사무장이 타기로 돼 있었다. 근데 모 중소기업 회장이 회사에 전화해 '이런 사무장 처음봤다. 너무너무 일을 잘 한다'고 하는 바람에 내가 타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한항공 086편 이륙을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앞으로의 상황이 자신에게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날 승무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견과류를 봉지째 조 전 부사장에게 전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왜 봉지째 주냐"며 이를 걸고 넘어섰다.


책임자인 박 사무장이 매뉴얼대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폭행과 욕설을 가했고 결국 항공기를 되돌려 박 사무장에게 내리라고 지시했다.


이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은 직위 해제됐으며, 재판(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까지 받았다. 박 사무장은 대한항공을 떠나 1년이 넘는 진실공방을 벌여야 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사건 이후 박씨는 곧바로 국토교통부와 회사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박씨에게 '절대 피해가지 않게 하겠다'며 여러가지 서류에 사인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사무장이 잘 몰라서 지적했다"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한다. 철석같이 믿었던 회사에게 한순간에 배신당하는 순간이었다.


논란 이후 박씨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집으로 기자들이 찾아와 진을 쳤지만 회사는 박씨를 보호하지 않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노이로제에 걸리고 몸에 이상한 혹도 났다는 박씨는 인터넷을 떠도는 근거없는 찌라시 때문에 불면증까지 더해졌다.


인사이트KBS 9시 뉴스 


병원에서 박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신경쇠약, 공황장애 등을 진단 받았다.


박씨는 "어느날 자살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베란다 문을 열고 서 있었다. 뛰어내리고 싶었는데 차마 엄두를 못내고 한참을 서 있는걸 큰누님이 발견하시고 말렸다"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말기암 선고를 받으셨던 큰 누님이 '나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고 있는데 창창한 네가 네 잘못도 아닌 일로 왜 그러냐'고 우셨다. 그때 울면서 결심했다. 죽을 결심까지 한 거 죽을 각오로 가보자고"라고 덧붙였다.


인사이트박창진 인스타그램 


435일간의 휴직을 마치고 박씨는 작년 4월 대한항공에 복귀했다. 대중은 그를 '영웅'이라 했지만 사내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오너 일가의 불편한 진실을 까발린 그는 원래 '라인팀장'이었던 보직에서도 해임돼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됐다.


그는 주로 연차 낮은 승무원들이 하는 좌석, 화장실 청소와 승객 대응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박씨는 여러 차례 회사에 부당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법원에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위자료 등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도 했다. 두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박씨는 "예전엔 억울한 마음이 컸지만 지금은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이번엔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이를 계기로 승무원들의 발언권이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 번도 대한항공을 사랑 안한 적이 없다. 한 개인의 잘못과 재벌의 족벌경영체제를 지적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 변화를 요구하는 것 아니겠냐"며 자신의 소신을 전했다.


한편 '땅콩회항' 갑질 사태 이후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조현아는 지난 13일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함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지원 주자로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인사이트


'땅콩 회항' 조현아 '자숙중' 보도에 박창진 사무장이 전한 말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심경을 전했다.


'땅콩 회항' 박창진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보복성 징계"2014년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대한항공 박창진 전 사무장이 업무에 복귀한 후 인사와 업무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