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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찔려 엄마 죽인 '살해범' 잡으려 경찰된 아들 13년만에 잡았다

13년 전인 지난 2014년 6월 25일 자신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죽인 살인범을 잡기 위해 경찰이 된 아들이 마침내 붙잡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영화 또는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13년 전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죽인 살인범을 아들이 경찰이 돼 직접 잡아낸 것이다. 미궁에 빠졌던 노래방 여주인 살인사건의 살해범은 그렇게 끝이 났다.


한국일보가 지난 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지난 2004년 6월 25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A씨 어머니는 자녀들의 비싼 학비를 벌기 위해 친척이 운영하는 노래방에서 임시로 카운터 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노래방을 찾은 한 손님이 "술값이 비싸다"며 A씨의 어머니에게 시비를 걸었고, 결국 어머니는 범인의 흉기에 찔려 숨지고 말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사고가 발생하던 당시 경찰에서는 수사본부까지 꾸려 살해범을 잡는데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돼 잊혀진 듯 했다.


날벼락 같은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 소식에 A씨는 가슴 한 켠에 응어리가 맺힌 채로 소리없이 눈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아들 A씨는 결국 경찰에 입문했고 파출소 근무 등을 거쳐 지난 2013년 꿈에 그리던 형사가 됐다.


그리고 틈이 날 때마다 당시 사건현장을 찾아가 수사기록까지 되씹으며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죽인 살해범을 잡기 위한 단서를 찾는데 안간힘을 썼다.


세월은 흘러 살해범에 대한 단서조차 찾지 못했던 A씨가 어머니 사건을 반쯤 포기했을 무렵 뜻하지 않게 범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대구 중구에서 오후 11시 50분쯤 귀가 중이던 22살 여성이 흉기에 맞고 손가방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경찰은 사건현장 주변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분석한 결과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주변에 떨어진 담배꽁초를 수거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요청했다. 그 결과 13년 전 어머니 살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의 DNA와 일치한 것이 아닌가.


어머니 살해범을 잡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밤낮없이 탐문수사를 하고 있던 A씨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살해범과 직접 마주쳤을 때 행여 A씨가 이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불상사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경찰 수뇌부의 판단 때문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A씨는 동료들에게 어머니 살해범 검거를 맡기고는 그렇게 장기 휴가를 떠났다.


A씨는 동료를 믿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현장에서 한 발 의연히 물러섰고 13년 전 어머니를 찔러 죽인 살해범은 결국 검거됐다.


이번 사건을 맡았던 수사팀 사이에서는 A씨의 진심 어린 마음이 하늘을 움직여 정의가 살아있음을 몸소 보여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비록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해범을 잡지는 못했지만 동료들은 A씨가 형사 자격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의 심판"이라고 말했다.


형사가 돼 13년 만에 어머니의 한을 풀어준 아들.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살해범을 꼭 잡겠다는 그의 집요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길에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경찰에 체포된 13년 전 살인범범인이 길바닥에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13년 전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