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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집에 바퀴벌레 나타났다"며 119에 전화한 자취생

"바퀴벌레 때문에 119에 신고 전화를 했다"는 한 자취생의 글이 누리꾼 사이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바퀴벌레 때문에 119 전화한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요?"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바퀴벌레 때문에 119를 부른 한 누리꾼의 사연이 올라왔다.


자취생이라 밝힌 A씨는 어느 날 집에 엄지만큼 커다란 바퀴벌레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는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너무 무서워서 손은 바들바들 떨리고, 눈물과 함께 식은땀이 나고 숨이 안 쉬어졌다"고 고백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그때 그의 머릿속을 순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119였다.


우리나라 119 긴급 전화는 출동·구조뿐 아니라 응급처치 등 의료 상담이나 병원 정보 안내 역할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연결된 119 안내원에게 그는 "죄송하지만 저는 응급상황이 아니니까, 피해가 간다면 전화를 끊으셔도 된다"는 말부터 꺼냈다.


상관없다는 안내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제야 A씨는 "바퀴벌레가 나왔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도움을 청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호흡 상태 등 A씨에게 이것저것을 질문하더니 출동하겠다는 제안을 건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나 하나 때문에 다른 위급 환자가 피해 볼까 봐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렸고, 통화는 그렇게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후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A씨의 친구들이 "민폐 끼치고 산다"며 비난했다는 것.


그는 "119쪽에서 괜찮다고 해서 통화를 진행한 건데 이게 그렇게 욕먹을 짓이냐"고 억울해하며 글을 마쳤다.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며 여러 견해로 나뉘었다.


A씨의 행동이 이해된다는 입장도 있었다. 그러나 다수의 누리꾼들은 A씨를 비판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한 누리꾼은 "그런 행동 때문에 한시가 급한 응급상황 환자들이 피해를 보는 거 아니겠냐"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이는 "응급상황 아니라고 했다지만 119 입장에서 곧바로 상담전화를 끊을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글쓴이가 배려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바퀴벌레'로 인한 119 신고는 그러나 비단 A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인천소방본부는 "집 안에 있는 바퀴벌레가 크다. 혼자 사는데 도와 달라"는 신고 전화를 '황당 신고 베스트 10'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당시 인천소방본부는 "황당하고 무분별한 신고 때문에 긴급한 환자에 소방력을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1년간 119 신고 전화 중 33만669건(61.0%)은 출동이 필요 없는 상담·민원성 신고였다고 인천소방본부는 전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방송된 JTBC '말하는대로'에 출연한 긴급구조 119 소속 한 소방관은 "시민분들이 너무 쉽게 119를 찾는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119 지방직 오영환 소방관은 당시 방송에서 "하수구에 휴대폰이 빠졌으니 꺼내달라는 등 이해하기 힘든 신고가 들어온다"고 실제 사례를 밝혀 충격을 안겼다.


그는 "그런 신고가 들어온 같은 시간에 위급 환자가 발생한다면 '골든타임'을 놓쳐 환자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JTBC '말하는대로'


한편 소방당국이 발표한 '2016년 119구조대 활동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119구조대는 약 3.9분마다 출동해 하루 평균 60명을 구조했다.


이렇듯 누군가의 생명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119에 피해를 끼치지 않을 방법은 간단하다. 긴급하지 않은 민원전화일 경우에는 국번 없이 110로 전화하면 된다.


110에서는 기본적인 상담과 함께 더욱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 해당 기관으로 연결해준다.


당신의 배려로 119 긴급 신고 대응은 보다 신속해질 수 있고, 그렇게 생사의 갈림길에 선 누군가는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빗질 하는데 머리 엉켜 빠지지 않는다"며 119 부른 여성머리에 빗이 엉켰다는 이유로 119에 신고한 여성에 소방안전복지사업단이 일침을 가했다.


단풍놀이 갔다가 "등산에 지쳤다"며 119 부른 무개념 등산객단순한 기력 소진을 이유로 119에 구조 요청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