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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 찍으면 장학금도 없다"…저소득층 재학생 울린 고려대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한 재학생이 글이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인사이트

고려대학교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고려대학교가 저소득층 재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며 참석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 기념사진을 찍는 등 '보여주기식 행사'를 진행했다는 목소리가 나와 씁쓸함을 안긴다.


지난 21일 오후 7시 고려대 인촌기념관 강당에서는 'KU PRIDE CLUB 감사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KU PRIDE CLUB 기금으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재학생들에게 생활비 장학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KU PRIDE CLUB 가입을 적극 홍보하는 자리였다.


2015년 5월 출범한 KU PRIDE CLUB은 누구나 매월 만원 이상 기부할 수 있는 소액 정기기부 운동이다.


인사이트고려대학교 


이날 행사장에는 생활비 장학금 1기 장학생 300여명과 교우 동기회 대표들, 염재호 총장, 이학수 교우회장, 교무위원 등이 참석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1인당 월 20만원씩 1학기 분인 총 120만원을 받았다.


이들은 재학생들과 교수 등 참가자들이 보는 앞에서 단상에 올라 장학증서를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마지막에는 노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고려대 측은 "KU PRIDE CLUB 기부자들께 장학생들이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나눔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Facebook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그런데 같은 날 밤 10시께 KU PRIDE CLUB 장학금을 받았다는 한 고대 재학생 A씨가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에 앞서 그는 "KU Pride Club 기부자 여러분께는 정말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근데 장학금 수여식이라는 자리가 너무 힘들었다. 2-3달은 그래도 돈 걱정 좀 덜겠다 싶어서 기쁘면서도 너무 허탈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수여생 전부를 인촌기념관에 모아두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여식을 진행했다. 그 중엔 KU Pride Club 홍보대사를 하는 동기도 여럿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척했지만 생각보다 씁쓸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난한게 부끄러운 적은 없었지만 그동안 힘들어도 꾹 참았는데 이번 행사로 모두가 알게 됐다"며 "생각보다 조금 창피하더라"라고 전했다.


또 "거기다가 사회 보시는 분은 '단상에 올라와서 사진 찍지 않으면 장학금 안드려요' 이런 농담만 했다. 누군가에겐 농담거리일 수 있지만 정말 나에겐 큰 돈이었다"고 토로했다.


인사이트Facebook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마찬가지로 수여생으로 행사에 참석했다는 재학생 B씨 역시 댓글을 통해 "기분 나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고 전하며 A씨의 글에 공감했다.


B씨는 "총장님은 '가난은 부끄러운게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사회자를 맡은 교수는 듣기 불편한 농담을 수차례 했다"고 증언했다.


또, KU PRIDE CLUB에 소속된 홍보대사 학생들이 수여생의 소속, 학번, 이름 등의 명단을 모두 갖고 있었던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B씨는 "여러 측면에서 민감한 가사 장학금의 경우 학교가 세밀한 부분을 조금 더 고려해주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엔 감사인사와 서명을 담은 종이를 비행기로 접어 날렸는데, 너무 보여주기식이었고 그 과정에서 참석자들에 대한 배려는 꽤나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장학금이 절실해 이러한 불쾌감을 삼키며 행사장에 있었다는 B씨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더욱 부끄럽게 만드는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가난한 애들한테 돈 베푼다고 자랑질 하는거네", "고려대학교가 장학금의 취지와 받는 이의 입장을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인사이트고려대학교 염재호 총장 / 고려대학교 


이와 관련 고려대학교 대외협력부 백영희 차장은 "이번 행사는 불우한 학생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생활비조차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학생들에게 배려가 없었다는 건 정서 자체가 조금 다른 거다. 학생들이 느끼기엔 창피한 감이 있을 수 있는데 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논란이 된 사회자 발언에 대해서는 "사회자는 법대 교수님인데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도와주자고 하셨던 분이다. 학생들이 자리에서 안 일어나니 농담으로 한 말이다"라고 밝혔다. 


기념사진에 대해서도 "진짜 보여주기식이었으면 클로즈업 했지 않겠냐. 소액기부 캠페인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 홍보차원에서 찍은 것이다. 공연장 2층에서 찍어 얼굴은 안 보인다"고 전했다.


또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소수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될 만한 사안이었으면 다시 행사를 고민하지 않았겠냐"고 밝혔다.


"청년들 학대해 가난하게 만들어야 애 낳는다"고 설교한 목사성추행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전병욱 목사가 이번에는 청년들을 가난하게 해야 출산율이 높아진다고 설교해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