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는 아들에게 고깃국 먹이고 싶어서 친척 돈 훔친 아버지
몸이 성치 않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아버지가 아들의 전역을 앞두고 방을 구하기 위해 절도를 저질렀다.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몸이 성치 않아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던 아버지가 아들의 전역을 앞두고 방을 구하기 위해 절도를 저질렀다.
2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전북 익산경찰서는 지난 1월 말 홀로 사는 고모 의 아파트에 들어가 구형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로 A(4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홀로 아들을 키우며 어렵게 살아왔으며 아들의 전역이 다가오자 이 시기에 맞춰 돈을 준비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이 몸을 뉘일 집이나 먹을거리도 구하기가 힘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그는 일자리를 구하려 백방으로 뛰어봤지만 치아가 3개밖에 없어 면접을 볼 때마다 번번이 떨어졌다.
치아를 숨기기 위해 면접장에 늘 마스크를 쓰고 갔지만 면접관들은 마스크를 벗으라 요구했고, 그의 치아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고 손사래를 쳤다.
아무리 근면·성실을 내세워 일자리를 애원해도 그를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치아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어렵게 취직한 사탕공장에서는 한 달만에 해고당했다. 주유소 주유원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아들의 전역이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진 A씨는 익산시의 한 아파트에 홀로 거주하는 고모 B(83)씨를 떠올렸다.
그는 이 아파트에 들어가 B씨가 한눈을 판 틈에 구형 휴대전화를 훔쳐 나왔다.
A씨는 훔친 휴대전화의 유심침을 빼내 소액결제 방식으로 420만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돈으로 아들과 함께 살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방을 구하고 전역한 아들과 함께 밥을 사먹었다.
이후 돈이 떨어진 A씨는 인천으로 가 아들이 취직한 주유소 주인이 내준 방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뒤늦게 통장에서 수백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안 B씨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남의 돈에 손을 댄 것 같다"며 "사정은 딱하지만 엄연한 범죄이니 죄를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