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석 앉은 여성에 "임신이 대수냐" 막말한 할아버지
10일 '임산부의 날'이 며칠 지나지 않은 가운데, 대중교통에서 여전히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임산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인사이트] 이별님 기자 = '임산부의 날'(10일)이 며칠 지나지 않은 가운데, 여전히 '교통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임산부들의 현실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할아버지에게 막말을 들은 임산부를 목격한 누리꾼 A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있던 A씨는 며칠 전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임산부에게 느닷없이 시비를 거는 할아버지를 목격했다.
할아버지는 임산부에게 "아가씨는 뭔데 여기 앉아있어"라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이에 임산부는 "할아버지 저 아시나요?"라고 물었고, 할아버지는 "모르고, 아가씨가 뭔데 여기에 앉아있냐"며 "임신했냐"고 호통쳤다.
할아버지의 호통에 놀란 임산부는 울먹이면서 "임신 4개월이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라며 "저한테 왜 그러시냐"고 말했다.
임산부와 할아버지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를 볼 때, 할아버지는 노약자석에 앉아있던 임산부에게 수차례 시비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할아버지와 임산부의 실랑이가 계속되자 지하철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은 이들에게로 쏠렸다.
할아버지의 계속된 호통에 임산부 앞에 서 있던 50대 아주머니는 "아가씨 우리가 미안해"라며 할아버지 대신 사과했다.
아주머니의 사과에도 임산부는 서러움을 참을 수 없었는지 눈물을 훔치며 옆 칸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아무런 반성없이 "임신이 뭐 대수야"라며 "요즘 젊은것들은 예의가 없어"라고 혼잣말을 남기고 지하철에서 하차했다.
A씨는 "할아버지를 보고 순간적으로 욱해서 사건에 개입할까 했지만 나에게 도리어 문제가 생길까 봐 꾹 참았다"며 "나이가 벼슬인 줄 아는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라고 일갈하며 사연을 마무리했다.
임신 4개월 차 임산부가 노약자석에 앉았다는 이유로 시비를 건 할아버지의 일화에 많은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임산부의 날'이 채 나흘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줬다.
2005년 정부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통해 저출산을 극복하고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임산부의 날'을 지정했다.
하지만 A씨의 사연을 미루어 볼 때, 12년이 지난 지금에도 임산부들은 여전히 대중교통 약자의 위치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중교통 수단에 '임산부 배려석'을 지정하는 등 임산부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임산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 한 A씨의 사연과 비슷한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별님 기자 byul@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