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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피투성이 여성 심폐소생술 한 의대생은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길에서 쓰러진 여성을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던 명문대 의대생이 자신이 겪은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했다.

인사이트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갑자기 길에서 쓰러진 여성을 구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던 명문대 의대생이 자신이 겪은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했다.


지난 2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가 화제를 모았다.


글쓴이 A씨는 "처음 제보해 봐요. 어디라도 말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요, 들어주세요"라고 말문을 열였다.


인사이트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의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의대에 재학 중인 A씨는 최근 지하철에서 내려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계단을 앞서 올라가시던 한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진 것을 목격했다.


옆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있었는데 A씨는 너무 놀랐지만 아주머니의 몸을 돌려눕혔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얼굴이 피범벅이었고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곧바로 의대에서 배운 지식을 이용해 아주머니를 살려야 한다고 본능적으로 몸부터 움직였다.


인사이트의대 수업에서 배운 지식으로 응급 환자를 살리려고 했던 A씨(자료 사진간) / Gettyimages


A씨는 "기도확보? 인튜베이션삽관? 그 순간에 수많은 엉뚱한 생각들이 지나갔어요. 어떻게든 CPR(심폐소생술)을 진행했어요, 배운대로 차근차근.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부러지도록 눌렀어요. 아주머니 남편 분께서 119를 부르고 역내에 비치된 AED(자동심장충격기)를 가져다주셨어요. 붙이고 충전하고, 배운대로 차근차근. 여전히 숨을 안쉬고 계세요"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는데 그 순간 119 구조대원이 도착했고 곧바로 근처 병원으로 이송했다.


인사이트구급대가 도착해 의식을 잃은 아주머니를 병원으로 이송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후 아무런 소식이 없었는데 최근 A씨에게 낯선 번호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바로 그 아주머니의 남편 분이었다.


아저씨는 "학생 고마웠어요..."라고 말씀 하셨다. A씨는 "아저씨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좋은 소식인걸 직감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선을 다했던 의대생 A씨는 그 사건 이후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자책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인사이트A씨는 자신이 환자를 살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A씨는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본2라 그런걸까요? 제가 원하는 길이 소화기내과가 아니라 응급의학과였다면, 그 쪽으로 더 관심을 쏟고 공부했더라면 어땠을까요?"라고 적었다.


이어 "제가 그동안 의도에서 공부했던 책들은, 입학할 때 가졌던 결심은 뭘까요? 마냥 죽고 싶어요 저같은 게 의사가 될수있는 거에요?..."라고 호소했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A학생을 위로하는 글과 성원의 댓글을 달고 있다.


페이스북 글은 5일 현재 1만 6000여명의 누리꾼들이 좋아요를 눌렀고 수천여건의 댓글을 달면서 "환자의 편에서 인술을 펼치는 좋은 의사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응원했다.


인사이트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


아래는 A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처음 제보해봐요... 어디라도 말하지 않으면 죽을것 같아요, 들어주세요 대숲...

어제 저녁 역에서 내려서 집에 가는 길이었어요. 


제 앞에서 계단을 걸어 올라가시던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지시더니 앞으로 고꾸라지셨어요.


너무 놀라서 돌려눕히었는데 얼굴이 피범벅이셨어요. 이미 의식이 없으셨어요, 그리고, 숨을 안쉬고 계셨어요. 기도확보? 인튜베이션삽관? 그 순간에 수많은 엉뚱한 생각들이 지나갔어요.


어떻게든 CPR을 진행했어요, 배운대로 차근차근.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부러지도록 눌렀어요. 아주머니 남편분께서 119를 부르고 역내에 비치된 AED를 가져다주셨어요.


붙이고 충전하고, 배운대로 차근차근. 여전히 숨을 안쉬고 계세요. 119 구조대원분들께서 도착하셨어요. 근처 병원으로 이송해주셨어요.


오늘 아저씨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학생 고마웠어요, ... 아저씨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좋은 소식인걸 직감했어요.


대숲,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본2라 그런걸까요? 제가 원하는 길이 소화기내과가 아니라 응급의학과였다면, 그 쪽으로 더 관심을 쏟고 공부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제가 그동안 의도에서 공부했던 책들은, 입학할 때 가졌던 결심은 뭘까요? 마냥 죽고싶어요 저같은게 의사가 될수있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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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