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기자들 "이승엽, 왜 이리 빨리 은퇴하나요?"
은퇴를 선언한 '레전드' 이승엽에 대해 일본과 대만 기자들이 "왜 벌써 은퇴하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사이트] 황기현 기자 = 은퇴를 선언한 '레전드' 이승엽에 대해 일본과 대만 기자들이 "왜 은퇴하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는 이승엽의 은퇴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기자들이 몰렸다. 이 중에는 일본과 대만 기자도 있었다.
이날 한 대만 기자는 여전한 실력에 비해 이른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에게 "왜 벌써 은퇴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승엽은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구단에서는 은퇴를 말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사실 은퇴는 2년 전부터 생각했는데 팀 성적이 좋다면 더 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팀이 지난 두 시즌을 9위로 마치며 선임으로서 책임을 느꼈다"며 "내가 은퇴함으로써 2군에서 1군만 바라보면서 뛰는 선수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만 기자는 또 "이승엽 선수는 국제대회에서 항상 잘했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출전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승엽은 "태극마크를 달면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는 자리에 선다"면서 "실패나 실수가 있었지만, 위기에 강할 수 있었던 비결은 대한민국만의 끈끈한 선후배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공을 팀원 전체에게 돌렸다.
이날 15년여간 한국 야구를 취재했던 일본의 한 기자는 이승엽에게 "일본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승엽은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요미우리를 포함한 일본 구단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본에서 8년간 뛰면서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응원해주신 열성적인 팬들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팬 여러분을 다 만족 시켜드리지 못했지만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답변을 들은 일본 기자는 "일본에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이승엽은 "열심히 했지만 생각한 것에는 훨씬 못 미쳤다"고 인정하며 "2군에 있던 시간도 많았고 폭발력 있지도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본에서 많이 배웠다"며 "42살까지 뛸 수 있었던 비결도 일본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태해지면 안 되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승엽은 은퇴 경기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안겼다.
황기현 기자 kihyu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