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픈 손주 그림으로 팔로워 30만 넘는 '인스타 스타'된 할아버지
그리운 손주들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을 올려 일약 '인스타 스타덤'에 오른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보고 싶은 손주들을 향해 그림을 그려 게재했다가 팔로워 30만이 넘는 '인스타 스타'가 된 할아버지의 사연이 시선을 붙든다.
지난 3일 KBS '뉴스9'는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함께 갈라파고스로 여행을 떠난 'SNS 스타' 할아버지의 사연을 소개했다.
세계적인 다큐 채널 브랜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최근 한국인 이찬재 할아버지(75)와 갈라파고스 탐사에 동행했다.
내년 초 선보일 갈라파고스 군도 여행책에 할아버지가 그릴 그림을 싣기 위해서 내셔널 지오그래픽 측이 할아버지를 초대한 것이다.
옆집에 살 것만 같은 친근한 할아버지가 일약 SNS 스타덤에 오르며 세계적인 단체의 주목까지 받게 된 이유는 바로 그가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는 그림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이찬재 할아버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직접 그린 그림들을 게재하고 있다.
이는 손주들을 향한 그리움에서 비롯됐다.
36년 전 한국을 떠나 아내와 함께 브라질로 이민을 떠난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딸과 아들을 키워냈다.
그 자녀들이 각자 자식을 낳았다. 할아버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이었다.
매일 봐도 날마다 더욱 보고 싶은 손주들이었지만, 할아버지는 그들을 마음껏 만날 수가 없었다.
세 손주 중 두 명은 한국에, 나머지 하나는 뉴욕에, 그렇게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 아이들의 곁에 나중에 나는 없겠구나"라고 할아버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손주들을 볼 수 없다면, 더 늦기 전에 소통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손주들과 소통하고자 시작한 SNS였다.
그 전까지 SNS는커녕 이메일을 보낼 줄도 몰랐던 할아버지는 손주들에 대한 사랑의 힘 하나로 인스타그램을 배웠다.
인스타그램 주소도 '손주들을 위한 그림(Drawings for my grandchildren)'이라 지었다.
이후 손주들이 보고 싶을 때면 할아버지는 스케치북을 펼쳤다.
할아버지가 게재한 640여 개 사진들의 주제는 가족들이 함께하던 순간의 추억들부터, 할아버지의 평범한 일상과 풍경, 손주에게 하고 싶은 말에 이르기까지 무척 다양하다.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리면, 할머니가 한국어로 글을 써내고, 이를 아들딸이 각각 영어와 포르투갈어로 번역한다.
그야말로 글로벌한 '그림엽서'가 되는 것이다.
담뿍 사랑이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그림에 팔로워는 점차 늘기 시작했고, 할아버지는 SNS 스타가 됐다. 이제 그는 해시태그도 쓸 줄 안다.
동화책 삽화 같은 따뜻한 분위기의 할아버지표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가 그려진다.
한편 이찬재 할아버지는 36년 만에 이번 가을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고국의 풍경과 분위기를 담은 그림을 세상에 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