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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대한민국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슬픈 이유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우리나라 지하철에 스크린 도어가 설치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 사건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3년 6월 26일 오전 10시, 회현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한 중년 여성이 뒤에 서있던 노숙자에게 갑자기 등을 떠밀려 선로에 추락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여성이 추락한 시점은 전동차가 1~2미터 앞에 다가왔을 무렵으로 그녀는 피할 겨를도 없이 33t 무게의 전동차 앞바퀴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사고를 당한 여성은 남대문 시장에서 부인복 매장을 꾸리던 안상란(당시 42세) 씨로 밤샘 장사를 마치고 동대문 평화시장으로 원단을 끊으러 가던 길이었다. 


한편 같은 시각 그녀의 남편도 지하철에 타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다름 아닌 종로3가역 지하철 경찰대의 형사반장으로 재직하던 윤병소 씨였다. 


인사이트사고 당시 회현역 / 연합뉴스


윤씨는 당직 근무를 서고 일산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의 사고 소식을 접했다. 싸늘한 주검이 된 아내를 본 그는 실성한 듯이 울부짖었다. 


그의 아내는 살아생전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갈 곳 없는 어르신들 모시고 살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었다.


윤씨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이런 글을 적었다. 


"이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이는 아내를 잃은 사람이라고 해요. 배우자는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이지요… 당신의 사고소식을 저녁 TV뉴스에서 보신 아버지도 충격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셨고, 나도 밥한 끼 못 먹고 화병으로 온 몸이 아팠어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절망적이었습니다"


인사이트사고 당시 회현역 / 연합뉴스


이후 윤씨는 떠난 아내를 향해 다짐했다.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기필코 서울 지하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겠노라고. 


윤씨는 서울메트로에 '더 이상 억울한 인명 피해가 없도록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또 각 언론사에 아내의 선로 사망 사고 사진을 보내고 스크린도어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여론 확산을 위해 애썼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이로 인해 스크린도어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당시 기술력 부족과 예산 부족을 핑계로 스크린도어 설치를 미루던 서울 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설치를 결정했다. 


서울메트로는 2005년 10월 지하철 2호선 사당역에 처음으로 스크린도어 설치를 시작해 2009년 코레일을 제외한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스크린도어 설치를 마무리 지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윤병소씨는 2009년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겠다'는 서울시의 발표가 난 이후 이를 보도한 신문기사를 오려 가슴에 품고 부인이 잠든 납골당을 찾았다. 


그는 잠든 아내를 향해 "여보, 신문 봤어? 당신은 고통스럽게 갔지만, 그게 아주 헛된 일은 아니었나 봐."라고 말을 건넸다. 


또한 2010년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는 "나는 아내가 말없이 사라진 지하철 승강장에서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승하차하는 것을 보며 아내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적어 감동을 더했다.


한편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 "덕분에 하루하루 더 안전해진 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고 있습니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선로에 뛰어들며 나를 쳐다보던 그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달리는 지하철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기관사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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