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울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가수 데뷔 무대 (영상)
세계 위안부 기림일이었던 지난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첫 데뷔 무대가 열렸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어릴 적 노래를 참 좋아하던 소녀가 있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노래 한가락으로 풀던 그 소녀는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고,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다.
어느덧 얼굴에 주름이 가득 팬 노인이 되어버린 소녀. 그럼에도 이 소녀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90세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했다.
세계 위안부 기림일이었던 지난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첫 데뷔 무대가 열렸다.
추적추적 비가 쏟아진 이날 길 할머니는 고운 옥색빛 한복을 입고 무대 위에 올랐다.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의 길 할머니는 "안녕하세요. 신인 가수 길원옥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길 할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떠올리며 애창곡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다.
한 소절 한 소절 정성 들여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에서 고달팠던 지난 세월의 설움과 한이 밀려오는 듯하다.
곧이어 길 할머니는 신나는 가락의 '남원의 봄사건'을 시원하게 뽑아냈고 시민들은 큰 박수로 환호하며 "앵콜"을 외쳤다.
이후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길 할머니와 함께 '고향의 봄'과 '바위처럼'을 합창했다.
여전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되지 않았고, 생존자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단단한 바위처럼 굳건히 나아가겠다는 할머니의 의지가 느껴진다.
못다 한 꿈을 이룬 길 할머니를 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시민들은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