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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억 들인 영화 '군함도', 예능 '무도'보다 감동 없다

영화 '군함도'는 '국뽕'으로 티켓을 판매했지만 사실은 저속한 흥미 위주의 '신파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인사이트영화 '군함도' 스틸컷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강제 징용'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벼운 '액션 영화'로 소비할 만큼 한국 관객은 우매하지 않다.


영화 '군함도'가 개봉 이틀만에 155만명을 동원하는 등 전국 스크린을 독점하며 극장가를 싹쓸이하고 있지만,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들은 "또 하나의 역사 왜곡 영화가 탄생했다", "일본인이 봐도 아무 지장 없을 영화" 등의 비난 섞인 평을 남기며 영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다뤘다며 '국뽕'으로 티켓을 판매했지만 사실은 저속한 흥미 위주의 '신파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사이트(좌) 영화 '군함도' 스틸컷, (우) 서울시


1945년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군의 달콤한 사탕발림에 속아 자발적으로 '지옥의 섬'이라 불리는 군함도로 들어갔다. 개중에는 이유 없이 끌려온 10대 초반의 어린 소년, 소녀들도 있었다.


'군함도'에 들어간 남자 조선인들은 매일 매질을 당하며 45도가 넘는 해저 1000미터로 내려가 허리도 펴지 못한채 12시간씩 끔찍한 노동을 했다. 석탄가루 때문에 잇몸이 까매지고 탄가루를 하도 마셔서 기침이 나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1000m 지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여성 조선인들 역시 일본인에게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소름 끼치는 성추행, 성폭행 등 성적 학대를 당했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마주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볼 생각에 견뎌냈다.


이는 실제로 조선인들이 탄광 벽에 새긴 '배가 고파요, 어머니 보고 싶어요', '고향에 가고 싶다'는 슬픈 글귀가 잘 말해준다.


인사이트(좌) Twitter 'CJ Entertainment', (우) MBC '무한도전'


영화 속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출신 이강옥(황정민)도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딸 이소희(김수안)와 함께 군함도로 들어간다.


사연은 각각 다르지만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최칠성(소지섭)과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오말년(이정현), 광복군 요원 박무영(송중기)도 군함도로 끌려온다.


그러나 영화는 갈비뼈를 드러낼 정도로 깡마른 소년들이 죄 없이 죽어나가는 '가해의 역사'를 참담하게 그려내기보다는, 사실과 다르게 '괜찮은 삶'(?)을 사는 것으로 묘사했다.


과거 '군함도'로 강제 징용됐던 한 할아버지는 "쌀, 보리쌀은 구경도 못 하고 콩기름을 짜고 남을 찌꺼기로 연명했다"고 증언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조선인들도 약간의 술과 담배, 과일 등을 먹을 수 있었다. 일제의 참상을 축소한 것이다.


또 영화는 일제의 잔혹성을 폭로하기보다는 국적을 버린 친일파와 부역자, 여성들을 중국 위안소로 보낸 조선인 포주 등 '나쁜 조선인'의 분량을 다량으로 넣어 공분의 대상을 혼동시켰다.


류승완 감독은 일본인을 '악', 조선인을 '선'으로 묘사하는 이분법적 구조를 탈피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관객들은 명확하지 않은 분노의 대상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기만 했다.


인사이트영화 '군함도' 스틸컷


류승완 감독의 '액션'에 대한 과한 열정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역사적으로 조선인들이 일본인들과 싸워 집단적으로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류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 이 어려운 것을 직접 해냈다.


특히 '위안부'인 오말년이 '총'을 들고 헐크 못지않은 전사로 변하는 장면은 현실감이 하나도 없어 웃음이 날 정도.


영화에 '로맨스'가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극 중간중간 나오는 오말년과 최칠성의 '무리한 러브 라인'도 관객의 몰입을 방해했다.


인사이트영화 '군함도' 스틸컷


영화 '군함도'는 2015년 9월 12일 방송된 MBC '배달의 무도-하시마 섬의 비밀' 편의 성공으로 나올 수 있었다.


당시 '무한도전'은 조선인의 희생을 낳은 하시마섬(군함도)이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세계유산'으로 평가 받고 있는 씁쓸한 현실을 담담히 전했다.


제작진은 군함도에 끌려가 인권 유린을 당했던 한 할아버지를 인터뷰 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악마의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했다.


많은 시청자들은 "일본 정부가 '(징용이 아니라) 자발적인 노동이었다'고 밝혔다"는 말에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먹먹한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끼며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인사이트MBC '무한도전'


영화 '군함도'처럼 조선인이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기분 좋은 상상은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허구성'이 짙은 영화는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220억이나 투자받은 영화 '군함도'가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짧은 클립보다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류 감독의 진정성 부족에 있다.


류 감독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군함도' 역사를 알린다는게 첫 번째 목적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일제의 만행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보다 흥행이 중요했던 류 감독의 상업 영화 '군함도'.


사실과 다른 스펙터클한 내용에 돈을 벌고 일본인에게 약간의 자극은 줄 수 있겠지만, 직접적인 사과를 받아내고 일본의 과거 행태를 전세계에 알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큰별쌤' 최태성이 영화 '군함도' 관람하고 남긴 솔직한 후기한국사 최태성 강사가 영화 '군함도'에 대한 후기를 남겨 누리꾼들의 이목이 쏠렸다.


'군함도' 개봉 앞두고 재조명 되는 '무한도전' 하시마섬 편 (영상)오는 26일 강제 징용의 아픔을 담은 영화 '군함도'가 개봉을 앞둔 가운데 2015년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하시마섬 편이 재조명되고 있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