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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이 '장애인'이라고 상견례에서 '막말'한 사돈 어른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여성이 오빠의 상견례 자리에서 겪은 모욕적인 상황을 공개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인사이트오빠의 상견례에 다녀온 장애인 여성이 올린 글이 공분을 사고 있다. Gettyimages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여성이 오빠의 상견례 자리에서 겪은 모욕적인 상황을 공개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애인 시누이... 그렇게 싫으신가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30대 여성이라고 소개한 글쓴이 A씨는 자신을 '동물원 원숭이'처럼 쳐다보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망언을 쏟아낸 예비 사돈 어른들의 행태를 소개했다.


A씨의 오빠는 최근 결혼하고 싶은 여성이 생겼다면서 상대편 가족들과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는데, 예비 사돈 어른들이 꼭 여동생을 데리고 나오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오누이 사이가 살갑지는 않았지만 드디어 장가를 가는 오빠를 위해 엄마와 함께 예쁜 옷도 사고 네일 아트까지 받으면서 상견례 날짜를 기다렸다.


약속했던 날이 다가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중국요리집에서 상견례를 가졌는데 A씨와 가족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상대편 가족들이 A씨를 꼭 데리고 나오라고 했던 진짜 '이유'가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사돈 어르신은 전동 휠체어에 앉아 있는 A씨를 훑어보더니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졌냐, 아니면 후천적이냐?"고 물었던 것.


인사이트A씨는 옥상에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된 후천적 장애인이었다(자료 사진). 연합뉴스


A씨는 실족 사고를 당해서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대답을 했는데 사돈 어르신의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그럼 자살을 시도한 것이냐?"는 질문에 A씨의 아버지와 가족들의 표정은 굳어졌지만 애써 태연한 모습을 유지했다.


A씨는 "18살 때 친구집 옥상에서 놀다가 떨어졌는데 엉덩이와 팔꿈치, 목뼈를 다쳤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사돈 어른들은 "밥은 혼자 먹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인사이트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생각보다 깊다(자료 사진). Gettyimages


그제서야 A씨는 '이 사람들이 내 상태를 살펴보려고 상견례에 꼭 나오라고 했구나' 싶었지만 분위기를 망칠 수 없어 조용히 밥만 먹고 가려고 했다.


이후 양가 어른들이 약주를 드시면서 화제가 전환되는 듯 했지만 결국 큰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사돈 어르신이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내 딸 시집가서 시누이 수발 들게는 못한다"고 역정을 냈던 것.


결국 A씨는 오빠와 올케에게 짐이 될 생각도 없고 혼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차분히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택근무로 세전 월 220만원을 벌고 있고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도 있어 모아놓은 돈이 적지 않다고 상세히 설명하자 상대편 가족들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하지만 A씨는 자리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아서 양해를 구하고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A씨의 아버자와 어머니, 그리고 오빠가 곧바로 중국집에서 뛰어나와서 "상종 못할 사람들"이라고 소리치면서 딸에게 "잘했다"고 격려해줬다.


A씨는 "저보고 주눅들지 않고 틀린말 한마디 없이 조곤조곤 말 잘했다고 멋있었다고 자랑스럽다고 해주셨는데... 저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라고 말했다.


이어 "오빠에게 미안하고 그동안 저에게 곰살맞게 대해주신 새언니한테도 미안하고 특히 건강하게 낳아주신 엄마와 딸바보 아빠에게도 너무 죄송하네요"라고 덧붙였다.


게시글이 공개되자 많은 누리꾼들이 A씨를 응원하고 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반듯한 생각과 근면한 생활로 "비장애인 보다 더 존경받아야 할 분이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는 것.


인사이트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최옥란 열사 15주기 장애인·빈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 대표 앞에 고(故) 최옥란 활동가의 영정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내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복지제도가 아직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장애인 예산 비중은 GDP 대비 0.61%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의 1.0%보다 낮은 상태로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61%인 장애인 예산을 OECD 평균인 2.11%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팔 없는 우리 아빠에게 결혼식 오지 말라는 예비 시어머니"신체적 장애보다 생각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 고생을 했던 한 여성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