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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와 경쟁하던 청각장애 소년, 태극마크 달다

K3리그 전주 시민축구단의 공격수 김종훈(19)은 2급 청각 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다.

인사이트연합뉴스


K3리그 전주 시민축구단의 공격수 김종훈(19)은 2급 청각 장애인이다. 태어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김종훈은 여느 선수들과 다를 것이 없다. 비장애인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고, 같은 환경에서 훈련을 받는다. 목표와 꿈의 크기도 작지 않다.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이유가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초등학교 시절 경쟁했던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스페인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2017 삼순 데플림픽(농아인 올림픽) 대표팀으로 뽑힌 김종훈은 3일 이천 장애인훈련원에서 "언젠가는 꼭 꿈을 이룰 것"이라고 수화로 말했다.


김종훈이 공을 찬 건 전주 조촌초등학교 3학년 때다. 조기 축구를 하던 아버지 김정균 씨를 따라 축구장에 갔는데, 공을 차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그는 아버지에게 축구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지만, 김정균 씨는 냉정했다.


김정균 씨는 "축구는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 운동이다. 귀가 들리지 않는 종훈이가 큰 상처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훈의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졌고, 김정균 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의 손을 잡고 축구 클럽으로 향했다.


김종훈은 주변의 시선을 깨뜨리고 지역에서 제일 가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그는 조촌초 축구부 에이스로 2010년 초등 왕중왕전 8강에 팀을 올려놓았다.


인사이트김종훈


당시 8강전 상대는 이승우가 이끄는 대동초등학교였다. 김종훈은 1골을 넣었고, 이승우는 2골을 기록했다.


김종훈은 1년 뒤 이승우를 다시 만났다. 제23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서였다. 김종훈은 장려상을, 이승우는 우수상을 받았다.


이후 김종훈과 이승우는 각기 다른 길을 걸었다. 이승우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 입단해 화려한 조명을 받았지만, 김종훈은 완주중학교와 이리고등학교에서 조용하게 성장했다.


걸어온 길은 달랐지만, 김종훈은 이승우를 보면서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김종훈은 "이승우와 계속 연락 하고 있다. 최근 20세 이하 월드컵대회를 마친 뒤에도 연락이 와 만난 적이 있는데, 나중에 국가대표로 같이 뛰자고 하더라. 참 고마운 친구"라고 수화 통역을 통해 말했다.


인사이트


그는 "축구선수로서 첫 번째 꿈은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 입단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가 돼 이승우와 그라운드에서 경쟁하고 싶다"라며 웃었다.


해맑은 표정으로 수화하던 김종훈은 축구를 할 때 어려운 점이 있는지 묻는 말에 "의사소통이 힘들지만, 선수들의 입 모양을 확인하기 위해 애썼다. 동료들도 내 부족한 점을 이해해주고 있어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의 배려와 이해로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김종훈은 18일부터 30일까지 터키 삼순에서 열리는 2017 삼순 데플림픽 대회에 한국 축구대표팀으로 출전한다.


김종훈은 농아인 내에선 초특급 선수로 꼽힌다. 그는 "데플림픽 대회에서 입상해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꼭 국위 선양을 하고 돌아오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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