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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0km 날아와 매일 노숙인 550명에게 밥 퍼주는 이탈리아인 신부

올해로 한국에 온 지 27년째인 이탈리아 출신의 김하종 신부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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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김하종 신부(Vincenzo Bordo)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인사말이다.


올해로 한국에 온 지 27년째인 김하종 신부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안나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안나의 집'은 우리나라 최초의 무료 저녁 급식소로 하루 평균 550명의 노숙인이 찾아와 끼니를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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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는 노숙인들은 김하종 신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감사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는 존재. 우리를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바라봐준다"


이처럼 김하종 신부는 보는 이들 마저 행복한 기운이 넘치게 만드는 특유의 환한 미소를 항상 유지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탈리아인' 김하종 신부는 고향이 아닌 8,900km 떨어진 한국에서 이런 활동을 하게 됐을까. 그 특별한 이유를 김하종 신부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 푸른 눈의 성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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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 있을 당시 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뜻을 세워 신학 대학에 입학한 빈첸조 보르도.


평생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빈첸조 보르도가 한국에 온 이유는 단순했다. 대학원에서 동양 철학을 공부하던 중 동양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한국에 호기심을 갖게 된 것.


1990년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평소 존경한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 김대건 신부의 성을 따 '김', 하느님의 종이란 뜻 '하종', 김하종이란 이름을 가졌다.


인사이트안나의 집 전경


이후 한국에서 여러 봉사 활동을 하던 김하종 신부는 1992년 성남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소식에 성남시로 가기로 결정했다.


"성남시로 온 후 독거노인을 위한 급식소 '평화의 집'을 개설(1993년)해 운영했다. 그러던 중 IMF가 터졌다. 한국에 많은 노숙인들이 생겼고, 이에 노숙인들을 위한 '안나의 집'을 설립(1998년)했다"


그렇게 김하종 신부는 1998년부터 노숙인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물론 다른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도 잊지 않고 펼치고 있지만 20년 가까이 노숙인들을 위한 안나의 집을 운영해왔기에 현재 그는 '노숙인들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 노숙인들을 안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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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주고 나눠주며 의지할 수 있는 집'이란 뜻의 안나의 집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노숙들을 대상으로 저녁을 무료로 제공하는 급식소다.


그렇다고 급식소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노숙인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여러 자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법률 상담·미용·진료 등의 요일별 활동도 펼치고 있다.


"하루 평균 550명이 안나의 집을 찾는다. 노숙인만 오는 것은 아니다. 노숙인 60%·독거노인 40%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가난한 형편으로 인해 식사를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오고 있다. 안나의 집은 누구에게나 열린 곳이다"


"노숙인들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다.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안나의 집이 하고 있는 일이고 꾸준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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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돕는 안나의 집의 하루 운영비는 약 6백만원.


분명 부담이 되는 비용이지만 다행히도 안나의 집은 운영비가 부족했던 적이 없었다. 이름 모를 천사들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안나의 집은 60% 이상이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비가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와 지금까지 안나의 집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하종 신부가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신축 이전에 드는 비용.


성남동 성당 옆에 위치한 안나의 집은 현재 이전을 앞두고 있다. 건물 계약이 2018년으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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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하종 신부는 현상을 유지하는 대신 건물 앞에 부지를 마련해 신축 이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신축 이전에 드는 비용 25억원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였다.


"안나의 집을 새로 짓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내 뒤를 이어 노숙인들을 돌볼 사람을 위해 그리고 노숙인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신축 이전을 결심했다"


"신축 이전 비용은 다행히 여러 지원과 은행 대출을 통해 마련할 수 있었다. 이를 갚는 것은 내가 안고가야 할 문제다. 신축 건물 공사는 올해 8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김하종 신부는 이같이 말하며 밝게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의 미소 한 켠에는 신축 이전 비용에 대한 부담이 담겨 있었다.


◆ 노숙인보다 가출 청소년이 더 큰 문제


인사이트안나의 집


김하종 신부는 가출 청소년 문제에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노숙인 문제보다 가출 청소년 문제가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숙인은 8만명 정도다. 반면 가출 청소년은 27만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어른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많은 수의 아이들이 오늘도 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여기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


김하종 신부는 현재 신흥역 밥차로 알려진 아지트(아이들을 지키는 트럭)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이트안나의 집


안나의 집에서 급식을 나눠주는 것(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이 끝나면 바로 아지트로 오는 것인데, 아지트를 찾는 아이들은 김하종 신부를 아버지처럼 따른다고 한다.


"아지트를 찾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도 한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모두 순수한 영혼들이다. 어른들이 먼저 다가가 돕는다면 아이들은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하종 신부는 아지트 외에도 청소년 쉼터와 자립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가출 청소년을 보호하고 지원해 가정 복귀와 학업 그리고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 카르페 디엠(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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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종 신부에게 우리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러자 김하종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고 현재를 즐겨라"


"한국만 떠나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도망가는 건 해결방법이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이 순간을 즐기자. 그러면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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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김하종 신부는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던 '하느님의 종'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이 자신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은 내 사명이다. 그렇기에 위대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하느님의 종'으로 기억되고 싶다. 하느님의 종으로서 죽을 때까지 한국에서 봉사하며 살아갈 것이다"


행복이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닌 나눔에서 온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한 김하종 신부.


그 신념과 현재 하고 있는 여러 선행들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조심스럽게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