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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후 마음이 변한 남친에게 쓴 여대생의 '이별편지'

남자친구가 제대한 이후 마음이 떠난 것을 깨달은 여대생이 서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이별 편지를 적었다.

인사이트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남자친구가 제대한 뒤 마음이 떠난 것을 깨달은 여대생이 페이스북에 '이별 편지'를 적었다. 


지난 16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내 남자친구에게'라는 제목의 장문의 이별 편지가 올라와 좋아요 7만4천여 개와 공유 8천여 건을 기록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20대 여성 A씨는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 "4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이제 이별을 생각하고 있다"고 적었다.


A씨는 남자친구가 군대에 입대한 뒤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2년 동안 '곰신' 생활을 했다고 회상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연합뉴스


남자친구가 군대에 입해한 뒤 힘들어 했기 때문에 혼자가 된 A씨는 우울한 날들이 많았지만 참을 수 있었다고 한다.


A씨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남자친구는 군생활을 잘 마치고 전역했고 다시 행복한 날들이 찾아올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남친은 전역한 뒤 예전과 달리 태도가 180도 변했다고 A씨는 담담하게 말했다.


남자친구는 유럽 여행을 1달 동안 다녀왔는데 전화 한통 하지 않았고 점점 만나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만난 지 '4주년'이 됐는데 기념일을 기억도 못했고 심지어 동아리 친구들과 술 약속이 있다면서 문자조차 없었던 것.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Gettyimagesbank


A씨는 "너의 삶 속엔 이제 내 자리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정말 너를 많이 좋아하지만, 그리고 아직 너도 나를 좋아하는 거 같지만, 우리 이제 그만할 때가 온것 같아"라고 이별을 전했다.


이어 "그동안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여 글을 접한 누리꾼들을 안타깝게 했다.


해당 게시글이 공개되자 많은 누리꾼들은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요", "여자분 마음이 너무 착하고 바보 같다", "남자친구와 다시 행복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들을 울린 A씨의 글 '전문'을 함께 소개한다.


내 남자친구에게.

안녕. 나는 아까 잔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밤을 꼴딱 새웠어. 우리 내일이면 벌써 만난지 4년 되는 날이야, 대단하지 그치. 작년 오늘은 너가 군대에 있었는데. 이번엔 아니네. 신기하다.


근데 나 요즘 많이 외롭다? 이건 몰랐겠지. 남자친구가 있는데 외로울 수 있다는거 이해가 안됐었는데 요즘 정말 그렇네.

정말 나밖에 모르고 나 아니면 안되었던 너라서 그런지 .. 요즘 참 힘든 거 같아.


너가 겨울에 전역하고, 나는 네 전역 몇달 전부터, 아니 너가 군대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너랑 하고 싶은 일을 메모장 빼곡하게 적으면서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렸어.


군대에서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답답하고, 힘들고, 외롭고, 괴로울 너란걸 알기에 2년동안 우울한 날들이 있어도 나 힘들다는 말 한마디 하기가 정말 어렵더라. 착한 너가 걱정할까봐. 주중에 공부하고 알바하느라 바빠서 주말에는 맘 놓고 늦잠자고 싶어도, 면회 가는 날이면 이상하게 한시간도 더 일찍 눈이 떠지더라. 그렇게 잠 많은 나인데 말이야.


방학 땐 일주일 넘게 집에서 안나가도 잘 지낼 만큼 집을 좋아하는 내가, 네 휴가 때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나가서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나를 보면서, 참 나는 널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군대에 갔을 때 주변에서 일말상초다, 아니 공군은 산말병초다... 하는 쓸데없는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우린 서로 좋아하고 변함없이 사랑했잖아. 그치.

그래서인지 더욱 너가 제대하고 나서의 날들이 기다려졌던 것 같아. 너랑 손잡고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제대하던 날, 너에게 받은 꽃다발은 잘 말려서 아직도 내 방에 걸려 있어. 너가 준 신발도 매일매일 신고 있는거 알아? 제대하고 그 한달은 정말 꿈같았는데.

근데 그 이후 방학 내내 친구들과 유럽여행 한다며, 시차 때문에 연락하기 힘들까봐 꼭두새벽까지 안자고 기다리는 나였는데 너는 그 한달 내내 통화 한번을 안하더라. 그래, 얼마만에 자유롭게 하는 여행인데. 하고 나는 이해했어 그럴수밖에 없었어. 그래도 너랑 이제 학교 다닐 수 있으니까 너무 설렜어.


근데, 복학해서는 나랑 교양 수업 하나도 같이 안들어주더라. 그래. 관심사가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 생각했어. 근데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 너의 시간표에 체육 수업 하나 끼워주는 것조차 힘든 일이었을까. 그래도 이해했어.


그리고 예전엔 관심도 없던 봉사 동아리와, 수많은 대외활동에 치여 바쁘고, 나랑은 학식 한번 먹기 힘들정도로 새내기들, 후배들, 동아리 사람들과 끊임없이 밥약을 잡고 술약을 잡더라? 정말 너무 슬펐는데, 그래도 꾹 참을 수 밖에 없었어. 내가 괜히 널 숨막히게 만들까봐. 너의 사회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2년동안 힘들었으니까.. 하면서 계속 참게 됐어.


근데 있지, 우리 내일 4주년이잖아. 내일은 같이 시간 보내주면 안됐던 거니? 아님 기억을 못하는 거니.. 동아리 사람들이랑 술 먹는거 안 가면 안되는거야? 내가 그 동아리가 아니라서 그 술자리의 중요성을 잘 몰라서 그러는거니?..


자정이 지나서 4주년 축하해 라는 나의 카톡에 답장도 없이 정신없이 친구들과 게임하고 있는 너를 보며, 정말 나는 많은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잔다고 해버렸어. 근데 아직도 너는 읽지 않았네..


있잖아, 흔히들 보상심리라고 하지. 그런거 나도 있긴 한가봐. 나랑 1분이라도 더 같이 있어주면 좋겠고, 있어주진 못하더라도 같이 있고싶다는 마음이라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지나가다 갑자기 꽃 한송이 사다주는 너의 모습이 보고싶었고, 가끔씩 따뜻한 편지 한장 쥐어주는 너의 모습이 그리웠어. 근데 어느 선물보다 어느 편지보다 그리운건 너의 시간인데, 너의 시간은 이제 나에겐 많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네.


너의 삶 속엔 이제 내 자리는 별로 없는 것 같아.

정말 너를 많이 좋아하지만, 그리고 아직 너도 나를 좋아하는 거 같지만, 우리 이제 그만할 때가 온것 같아.

그동안 나를 많이 사랑해줘서 고맙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