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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와 대종상 영화제는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오는 28일 열리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년 연속 백인이 주요상 후보를 독식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겪고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2년 연속 백인이 주요상 후보를 독식하면서 인종차별 논란을 겪고 있다. 

 

현재 흑인 배우들을 중심으로 '보이콧' 움직임이 늘고 있는 가운데, 조지 클루니와 맷 데이먼과 같은 대표적인 백인 배우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카데미 시상식 측이 지난달 13일에 발표한 남녀배우 후보 20명 명단에서 시작됐다.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이었는데,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영화 '말콤 X'로 유명한 감독 스파이크 리는 "백합처럼 흰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며 강력 비판했다.

 

그의 말처럼 아카데미 시상식은 예전부터 "백인 남성 중심으로 진행돼 보수적이고, 다양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지난 2002년 할리 베리가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2006년 포레스트 휘태커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끝으로 아카데미는 주요상 부문에서 백인 이외의 인종에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

 

이는 백인 중심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문제도 크지만 영화 '컨커션(Concussion, 2015)​'에서 열연을 펼쳤던 윌 스미스는 물론 다른 흑인 배우들을 후보에조차 올리지 않았다는 것은 아카데미가 '그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위치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12년 LA 타임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아카데미 심사위원은 총 6천여명으로 그 중 94%가 백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위원의 절대 다수가 백인인 상황에서 아카데미가 그동안 보인 편향적인 행태는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설명될 수 있었고, 이는 현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보이콧' 사태로 1929년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열렸던 제52회 대종상 영화제와 매우 유사하다.

 

via KBS2 '제52회 대종상 영화제'

 

당시 대종상 영화제는 '갑질 논란'을 일으키며 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 전원이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배경에는 자신들을 '갑(甲)'이라고 철저히 믿은 대종상 관계자들의 '횡포'가 있​었다.

 

그들은 "시상식에 불참하는 인원들은 상을 수여하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갑의 횡포는 물론 무료였던 인기상 투표를 유료로 전환하는 등 스스로 명예와 권위를 추락시키는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배우들은 '보이콧'을 선언하며 매년 공정성 시비에 시달렸던 대종상 영화제의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며 '반쪽짜리 영화제'를 강행해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매우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 속된 말로 '甲들의 잔치'로 불리고 있는 아카데미와 대종상은 언뜻 보면 '쌍둥이 형제'인 셈이다. 

 

물론 아카데미와 대종상의 갑질은 서로 성격이 달랐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버티다가 이런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들이 간과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배우들의 보이콧이 아닌 바로 영화 산업이 제대로 굴러가게 해주는 '팬'들을 무시했다는 점인데, 지금 이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들은 팬들을 '돈줄'로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영화 산업에서 팬은 곧 동력이자 중심이다. 팬들은 그저 지금 이 사태를 피부로 직접 느끼지 못해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마지막 남아있던 팬들도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아카데미와 대종상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많은 부분을 반성해야할 것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부터 내려오던 '악습(자신들은 옳다고 믿었던)'을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이며 팬들을 위한 영화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변화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 보수적이고 다양성이 부족했던 아카데미와 대종상 관계자들은 현재 그들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처럼 변화된 모습으로 등장하길 바란다. 

 

특히 대종상 관계자들은 지난달 22일 아카데미가 셰릴 본느 아이삭스 위원장을 앞세워 보여줬던 반성과 변화의 의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뻔뻔한 얼굴로 국내 팬들과 영화인들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