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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영화 '귀향'은 왜 개봉까지 14년이나 걸렸나?

일본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귀향'이 24일 개봉했다.

via JO Entertainment /YouTube

 

일본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귀향'이 24일 개봉했다.

 

'귀향'은 온 국민의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현재 화제의 중심에 서있다. 24일 현재 기준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예매율 27.2%로 전체 영화 중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귀향'이 우리 곁에 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한 장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된 '귀향'은 오랜 시간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고전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표류하던 중 7만 5천명이 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약 12억 원)으로 기획 13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배급사를 찾지 못해 개봉이 연기됐는데, 이 배경에는 상업영화 중심의 한국 영화 시스템과 '위안부' 소재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크게 작용했다.

 

via 영화 '귀향'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대형 배급사와 영화를 상영하는 대형 멀티플렉스는 철저히 상업영화 중심이다. 특히 영리를 주 목적으로 하는 멀티플렉스는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지 않거나 소재 자체가 흥행을 이루지 못할 것 같으면 간판을 쉽게 올려주지 않는다.

 

'귀향' 시사회에서 통곡하는 한국 노인 관객의 모습을 대서특필한 해외 매체들의 보도와 젊은 누리꾼들의 입소문이 없었다면 14년을 기다려온 위안부 영화는 지금처럼 간판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기획 14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 '귀향'의 사례처럼 한국 영화 시장은 규모는 성장했지만 성장의 밑거름이 된 저예산 독립영화들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배급사들이 제작, 배급을 맡은 상업영화들만 간판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저예산 독립영화가 배정된 극장은 평균 10곳 미만이다. 그것도 조조시간대이며 흥행을 못 할 경우에는 3일 이후엔 간판이 내려진다.

 

한국 영화계가 이런 상황이기에 영화 '귀향'이 대형 배급사는 물론이고 멀티플렉스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영화인은 물론이고 관객들은 이런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수익이 되는 영화만 틀어대는 작금의 상황이 한국 영화의 '뿌리'를 고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via 영화 '귀향'

 

'귀향'처럼 보면 아프고 불편한 영화들은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흥행하긴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개봉 초기에 안정적인 스크린 확보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영화 '귀향'도​ 개봉을 하루 앞둔 날까지 스크린 확보에 관심이 집중됐다. 개봉 이틀 전인 22일까지만 해도 전국 127개 극장에서 210개 스크린을 확보했던 귀향은 개봉 하루 전인 23일 335개 극장에서 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며 큰 기대 속에 개봉했다.

 

하지만 여러 매체의 관심과 누리꾼들의 입소문에 비하면 '귀향'의 스크린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이 생각은 독과점 논란을 일으켰던 영화 '검사외전'과 비교하면 더 심화되는데, 충무로 대세 배우 황정민과 강동원이 출연해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은 검사외전은 최대 1,800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됐다.  

 

이를 보면 귀향이 상업영화에 밀려 엄청나게 외면을 받았고, 또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영화 '귀향'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없었다면 지난주 50개에 불과했던 스크린 수는 크게 늘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via 영화 '귀향'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의 말처럼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명의 억울한 영령들의 넊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 

 

이 기회는 귀향뿐만 아니라 귀향과 같은 의미 있는 저예산 독립영화​에게도 돌아가야 할 것이다.

  

저예산 독립영화가 설 수 있는 '작은 공간'까지 빼앗는다면 한국 영화계의 건강한 생태계는 멀지 않아 파괴될 것이다.  

 

대형 배급사와 대형 멀티플렉스는 당장의 수익을 위해 영화 팬들의 '선택권'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영화 시장에서도 '상생'(相生)을 위한 양보와 배려는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적인 바람인데 작지만 큰 영화 '귀향'이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으면 한다.   

 


 

via 영화 '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