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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까' 퇴출이 '군대 악습'을 없앨 수 있을까요?

지난달 24일 국방부는 병영문화를 밝게 만들기 위해 일선 부대에 '압존법' 완전 폐지, '다나까' 말투는 상황에 맞게 사용하자는 지침을 하달했다.

via tvN 드라마 '푸른거탑'

 

지난달 24일 국방부는 병영문화를 밝게 만들기 위해 일선 부대에 '압존법(문장의 주체가 화자보다는 높지만 청자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 완전 폐지, '다나까' 말투는 상황에 맞게 사용하자는 지침을 하달했다. 

대신 병영 내에서 금기시 됐던 '해요'체는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 지침은 3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됐는데, 지침대로라면 후임병은 선임병에게 "식사하셨습니까?" 대신에 "식사하셨어요?"라고 물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다나까' 등 군대만의 특수한 말투 강요가 병영 악습으로 나타났고, 사고로 이어졌다며 이번 정책이 신병과 초급 간부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번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그동안 지적돼왔던 '병영 악습'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군인들의 말투를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일까?
 
그리고 관습처럼 내려오던 '압존법'과 '다나까' 말투를 지켜왔던 현역병들은 상황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것에 혼란스러워하지는 않을까?

 

via tvN 드라마 '푸른거탑'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방부는 '다나까'로 대표되는 군대의 딱딱한 말투가 여러 부작용을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군대 내 언어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신병이나 초급 간부가 이에 대한 지적이나 제재를 받음으로써 병영생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이것이 군대 내 여러 폐단으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뭔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는 규율과 기강이 생명이다. 그리고 그 특수성은 딱딱함으로 상징됐던 군대 특유의 말투가 지켜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잘 못 들었습니다" / "잘 못 들었어요"
 
어떤 말투가 더 군인다워 보이는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못 들었습니다"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국방부의 이번 정책처럼 군대에서 '해요'체가 사용된다면 자신이 있던 사회와의 차이점을 느끼지 못한 군인들의 규율과 기강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특히 국방부가 지켜주고 싶었던 '존재'인 신병과 초급 간부들에게는 더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via tvN 드라마 '푸른거탑'

 

우리나라는 휴전 국가다. 강력한 군대가 있기에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발을 뻗고 잘 수 있다. 하지만 병영문화를 밝게 만들겠다는 명목 하에 시행한 이번 정책은 혼란만 초래할 뿐, 한마음 한뜻으로 단합돼야 하는 군대의 조직문화를 해이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다나까' 말투를 없앤다고 군대가 안고 있던 여러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가혹행위가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덮으려는 관행을 없애지 않는다면 군대를 향한 지적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국방부는 본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 본질을 찾지 못한 채 탁상공론적 정책만 쏟아낸다면 일반병들은 계속 '허공에 삽질'만 하다가 고통에 신음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대만의 특성화된 집단이 갖고 있는 정체성에 큰 혼란을 준 이번 정책을 계획한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조언한다.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군대 특유의 말투에 거북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더 즐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것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만들어낸 "~말입니다" 열풍을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