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갤S7' 내놓은 삼성에 '진짜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

10일 삼성이 최고급 사양을 가진 갤럭시 S7을 내놓으며 대대적인 런칭쇼를 펼쳤지만 이날 삼성에게서는 애플 아이폰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 2009년의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삼성이 전략스마트폰 갤럭시S7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선보인 프레젠테이션은 비장했다.

 

오늘(10일) 아침 귀국했다는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은 특히 자신감이 넘쳤다. 

 

"해외 곳곳의 시장 반응을 체크하고 왔다. 예약 판매 등 여러 수치를 보면 들뜨지만 책임자로서 마냥 그럴 수는 없어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과연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는 대단했다. 물을 튕겨내듯 완벽한 방수 기능을 자랑했고 컴컴한 상자 속에서도 피사체의 선명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한마디로 이전보다 더 튼튼하고 스펙이 좋은 스마트폰을 보았다고 할까. 삼성은 역시 대단한 제조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도 바로 그런 점이었다. 

 

 

불과 몇년 전 아이폰이라는 존재가 출현하기 전, 나날이 '새 기능'을 도입하며 점점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내던 삼성의 소울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얄궂게도 지금 세상은 또 한차례의 산업 대변혁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일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두번 연속 이세돌9단을 꺾으며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첫날은 사소한 실수를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두번째 대결에서는 처음부터 변칙적인 수를 두며 한치의 오차도 없이 대국을 이끌어 나갔다. 이세돌은 대국 후 떨리는 목소리로 "알파고의 완승"이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이날 전세계에 생중계로 '혁신'을 보여준 것은 삼성이 아닌 구글이었다. 구글은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처를 못 찾겠다'며 사내 유보금을 쌓는 동안 인공지능 사업에 33조를 투자했다. 

 

구글뿐 아니라 애플도 마찬가지다. 구글과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iOS에 입력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 사람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존재는 이제 자기 자신도, 애인도 아닌 그 사람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글은 이번 이세돌9단과 대국을 통해 자사의 인공지능 수준을 테스트할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인공지능 기술 마케팅에도 성공했다. 10일은 과연 알파고의 날이었다. 

 

 

하지만 국내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전혀 상관없는 분야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날 갤럭시S7과 S7엣지 국내 론칭 쇼에서도 '혁신'이라는 단어는 난무했지만 정작 시대적 흐름인 '인공지능'에 관한 언급은 1절도 없었다. 

 

특히 고동진 사장은 지난 바르셀로나 론칭쇼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제조회사가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정작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혁신을 구현하려고 했다"며 ‘디자인’, ‘방수방진 기능’, ‘대용량 배터리’, ‘외장 메모리’, ‘카메라 성능’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안타깝게도 삼성이 생각하는 혁신은 여전히 제조회사의 한계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인사이트에 "우리는 휴대폰을 파는 회사다. 우리와 알파고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인공지능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바깥에서 보는 것과 사업 주체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기계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 이상의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200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은 나날이 발전하며 ‘튼튼한’ 휴대폰을 내놓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아이폰을 다시 따라잡느라 그동안 개발해온 미래의 전략 휴대폰은 모두 버려야 했다. 

 

2016년 3월 10일 국내 기자들을 모두 모아놓고 엄청나게 튼튼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이것은 혁신’이라 주장하는 삼성의 모습에서 지난 2009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이 느껴졌던 것이 우연이 아닌 이유다. 

 

세련되고 젊은 감각의 복장을 한 각급 부장들이 마치 애플의 프리젠테이션을 보는 듯한 완벽한 무대를 연출했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알파고의 날이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