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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앞둔 '시그널'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4가지

금토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화제작 '시그널'이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이유 4가지를 소개한다.

via tvN 시그널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드라마 '시그널'은 연일 고공행진하는 시청률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 많은 이들은 불타는 휴일 저녁을 반납한 채 안방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시그널'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편의 드라마는 집필하는 작가와 배우, 스텝과 연출 등 수많은 인력들이 호흡을 제대로 맞춰야만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그널은 어디 하나 모난 구석 없이 '알차게' 흘러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그널'의 성공 비결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가장 먼저 배우 '김혜수'의 존재감에 있다.  

 

via tvN 시그널

 

김혜수가 분한 '형사 차수현'은 남자 배우 이제훈-조진웅 중심의 플롯에서 균형을 잡아주며 박해영(이제훈)과 이재한(조진웅)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차수현은 실종되기 직전 이재한을 기억하는 사람이자, 박해영과 함께 이재한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김혜수는 숱한 연기 경력을 뽐내기라도 하듯, 사랑에 빠진 신참 여순경에서 냉철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고참 형사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어 "나이를 연기한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그녀의 열연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것은 당연지사이며, 동시에 브라운관에서 여배우의 입지도 상승시켰다. 

 

via tvN 시그널

 

대부분 드라마는 여주인공을 남배우들의 조력자 역할로 그려오던 것과는 반대로, 차수현은 온전히 자신만의 힘으로 상대 배우를 제압하며 극을 끌어간다. 또한 그녀는 때로 너무 감정적인 박해영의 중심을 잡아주며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 형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혼자 진범과 마주하다 죽을 뻔한 김혜수는 "여자 혼자 거길 왜 가냐?"는 박해영의 질문에 "그런거 생각하면 수갑 내려놔야지"라며 덤덤하게 답한다.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김혜수의 완벽한 연기와 더불어 역할이 주는 통쾌함에 좀더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성공 비결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via tvN 시그널

 

과거 미제 사건은 이미 수많은 작품들에서 재현되고 또 반복돼 왔다. 이는 해결하지 못한 강력 범죄에 대한 분노와 해결에 대한 염원, 더 나아가서 호기심과 궁금증이 시청자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시그널'은 한 가지 사건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장기 미제 사건 전담팀'을 꾸려 여러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그려냈다.

 

시청자들은 마치 실제로 사건을 해결한 것 같은 후련함과 안도감을 느끼며 공감했다. 심지어 작품에서 재구성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사회적 이슈로 다시 떠올라, 당시 사건에 가담했던 범죄자들을 향한 질타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실화' 바탕의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정의감에 불태우게 하면서 드라마에서는 어떤 결말이 그려질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세 번째 성공 비결로는 '시간 여행'이라는 주제에 있다. 

 

via tvN 시그널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드라마 '나인'과 '인현왕후의 남자' 등 과거와 현재 등 시간을 오가는 '타임슬립' 기법이 이용된 영화나 드라마들은 무수히 많았다. 

 

'시그널'은 과거를 바꿀수록 미래가 꼬이는 영화 '나비 효과'와 그리고 무전기를 매개체로 과거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영화 '동감'과 닮아 있다.

 

이처럼 '타임슬립' 기법으로 인해 드라마 시그널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현재의 박해영과 과거의 이재한이 한 팀이 되어 범인을 뒤쫓는가 하면, 어느 순간 과거에서 오는 무전이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주기도 하고, 또 과거나 미래가 바뀌지는 않을까 간절함을 품게 한다.

 

드라마 '시그널'만의 시간 여행은 다소 비현실적인 설정임에도 긴장감과 재미를 불어 넣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과거의 이재한을 살려내라"며 제작진에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끝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권력에 대한 저항'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via tvN 시그널

 

처음에 드라마는 범인만 잡으면 이기는 게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벅찬 상대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마침내 경찰 조직 내에서 피비린내 나는 배신이 이어졌다. 

 

드라마 속 '나쁜놈'은 연쇄살인범을 거뜬히 잡아내는 형사를 무력하게 만들고 또 그들의 목숨을 간단히 꺾어버린다.

 

권력이 정의 위에 굴림하지만 주인공들은 굴복하지 않는다. 실제로 만류하는 박해영의 요청에도 이재한은 "끝까지 가볼 생각입니다"라며 결심을 굽히지 않는다. 

 

타의든 자의든 권력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도 '이재한'이라는 캐릭터는 변함없이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과 맞서 싸운다.

 

그런 이재한의 모습은 오랜 시간 권력에 무기력했던, 또 국가 조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어딘가에 이재한과 같은 다윗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더욱 드라마에 집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처럼 시그널은 단순히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드라마의 '범주'를 넘어섰다. 작품은 묻혀있던 강력범죄를 재조명했으며 여배우에 대한 재발견을, 또 절대 권력을 향한 경계를 품게 했다. 

 

앞으로 남은 두 편으로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국내에 또 한 편의 웰메이드(Well-made) 드라마가 탄생했음에 적잖은 환호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