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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취준생은 왜 채용을 안하나요?

요즘 대기업들이 담배를 피우는 지원자들을 채용하지 않겠다고 잇달아 발표해 흡연자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 실업률은 12.5%를 기록했다.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감은 있지만, 통계청 조사 이후 역대 최고 높은 실업률을 나타냈다.  

 

10명을 뽑으면 수백, 수천명이 몰리는 요즘 구인 광고를 본 청년들은 일자리를 가리지 않고 입사지원서를 낸다.

 

그런데 최근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력서 작성 도중 숨이 '턱' 막히는 일이 있다고 토로하는 글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스펙이 아닌 '흡연' 여부 표시란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이 '흡연자 비채용'을 선언하면서 흡연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이다.

 

취준생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회사로 꼽히는 '삼성전자'도 몇 해 전부터 비흡연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취준생들은 "이력서를 쓸 때 '비흡연자'에 표시한 뒤 나중에 금연할까?" 생각하는 고민에 빠진다고 입을 모은다.

 

간절한 취업 문턱 앞에서 '거짓말'을 해야하는 현실이 못마땅한 취준생들이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한탄 뿐이다.

 


연합뉴스 

 

당시 삼성전자는 "흡연 뒤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호흡하면 미세한 먼지 때문에 불량률이 높아진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인간의 눈으로 측정할 수 없는 단위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흡연이 불량률을 높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것이다.

 

1위 기업 삼성전자가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눈치만 보던 회사들도 슬금슬금 비흡연자를 우대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흡연자는 채용하지 않겠다'고 안내한 병원의 채용 공고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개인의 자유 영역'인 흡연을 가지고 입사에 유불리를 두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의문이 든다. 

 

입사에서 고배를 마신 뒤 담배 한 개비로 아픔을 달래던 취준생들에게서 "흡연자들은 입사할 자유도 없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금연 구역에서 뻔뻔하게 흡연을 하는 게 아니라면, 너무 과도한 흡연으로 냄새를 이곳저곳 퍼뜨는 게 아니라면 '흡연' 그 자체는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혹자는 "담배가 피우고 싶다면 금연을 강요하는 회사를 포기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비흡연자 우대 정책을 쓰는 곳을 구태여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뜻이다.

 

하지만 취준생들의 흡연 논쟁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취업을 위해 스펙 관리도 모자라 취향까지도 신경써야 하는 시대가 됐으니 말이다.

 

토익 점수에 목을 매면서 '자소설'을 작성하고, 면접에서 조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해 피부과와 성형외과를 다니기도 하는 취준생들이 이제는 개인의 '기호'와 '취향'까지 포기해야만 한다. 

 

문제는 금연이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이며, 직원이 정말로 흡연을 포기했는지 회사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 "흡연자들은 입사할 자유도 없느냐"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장 선진화된 법체계를 가졌다는 미국의 노동법 판례를 보면 채용 후 '흡연자'라는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우리 법에서는 뚜렷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힘 없는 을(乙)인 취준생들은 기업의 원칙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연합뉴스 

 

경제 위축으로 취업시장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요즘 취준생들은 담배 한 모금으로 암울한 내일을 위로할 따름이다. 그런데 담배도 피우지 말라고 강요하니 볼멘 소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입사에서 고배를 마신 뒤 담배 한 개비로 아픔을 달래던 취준생들이 흡연을 포기해야만 하는 냉혹한 현실에 슬픔이 느껴진다.

 

기업은 직원들의 건강을 걱정해서 금연을 권장할 뿐인데 무조건 비난한다고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렇다. 정말 직원들의 건강을 위한 진심에서 나온 '정책'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개인의 취향과 자유까지 기업이 강요하는 시대가 된 사실이 반갑지만은 않다. 소수의 힘 있는 사람을 빼고는 거의 모두가 작고 보잘 것 없는 을(乙)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족이지만 이 글을 쓰는 기자도 그 어렵다는 금연에 도전했고, 현재까지는 성공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담배가 생각나는 것은 솔직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