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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이 완전한 '캐스팅보트'가 아닌 이유

38석이라는 놀라운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당이지만 1번과 2번 정당중 어느 한쪽으로도 무게가 쏠리지 않으면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4·13 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대표가 뽑히고 있다. 무려 38개의 의석을 가지고 제20대 국회에 입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언론에서는 연일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안철수 대표는 "캐스팅보트를 넘어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선 결과를 보고 가장 당황한 사람이 안 대표일 것이라고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예상치 못한 약진 때문에 안 대표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구의 23석을 바탕으로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 38석을 얻었고 새누리당은 122석, 더민주는 123석으로 원내 제1당 자리에 우뚝 섰다.

 

언뜻 보기에 안철수 대표는 흡족한 성적표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선거 결과를 좀더 천천히 분석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안 대표는 여당인 새누리를 상대로 싸웠다기 보다는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면서 더민주를 공격하는데 힘을 쏟는 모양이었다. 

 

여당의 참패가 아닌 제1야당인 더민주가 선거에서 몰락하기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정치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1야당인 더민주가 몰락하지 않고서는 안철수 대표의 존재감을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장 거북스러운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를 완전히 정계에서 은퇴 시키고 싶어했을 것이다.

  


연합뉴스 

 

실제로 더민주가 두 자릿수 의석에 머무르길 바랐던 안 대표는 총선 유세 기간 정부 여당을 공격하지 않고 제1야당의 무능을 꼬집으며 지지율을 끌어내리려 했다. 

 

그 정도로 더민주의 몰락을 머릿속에 그렸던 안 대표에게 더민주가 원내 제1당으로 발돋움한 것은 굉장히 뼈아프게 다가갈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더민주의 목소리가 작아지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향후 야당으로서의 강력한 이미지를 어필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증명하듯(?) 지난 13일 오후 6시 방송3사 출구 조사가 발표된 직후 안철수 대표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자신들이 최대 4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는데도 차가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더민주당의 예상 득표 수치가 너무나도 높게 나왔던 이유에서다. 

 


연합뉴스TV

 

더민주의 몰락은 국민의당에겐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이 총선 전 높은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더민주가 공천 파동을 겪으며 내홍에 휩싸인 덕분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안 대표가 아무리 캐스팅보트 역할론을 언급해도 정치권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마시키기 위해서는 180석의 의석이 필요한데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의석수로는 그것이 불가능해서 국민의당의 '쓸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새누리가 압승을 했다면 안 대표도 향후 국회에서 더민주를 대신에 야당으로서 강한 힘을 가졌을 테지만, 1번과 2번 정당이 균형을 이뤄버리면서 국민의당은 갈 곳을 잃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번 총선은 '사실상' 국민의당 승리"라거나 "국민의당이 국회를 주도할 것"이라는 안 대표의 말이 '언론 플레이'로 비친다.

 

정책이나 비전 그리고 진정한 '새정치'가 무엇인지 강조하기보다는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만 강조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국정교과서 전환 등의 특정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이부분은 안철수 대표가 진정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지금 '국회선진화법'을 가장 개정하고 싶어할 쪽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안철수 대표라고 주장한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새누리나 더민주도 국회를 자기 멋대로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회가 3개의 정당에 의해 균형을 잡게 된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결과적으로 이제부터 안 대표는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 '무생물 국회'에서 안철수 대표가 얼마나 자신의 소신과 정책으로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 정치 평론가는 20대 국회가 '무생물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이를 풀어내는 게 '정치'다.

 

진정한 의미의 '새정치'라면 어느 한 쪽에 기대어 살 길을 모색하기 보다는 무생물이 온전한 생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