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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명장' 라니에리 감독이 '축구 미생'들과 보여준 기적

사실 이번 시즌 EPL이 개막하기 전 많은 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은 레스터 시티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강등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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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 FC의 감독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가 지난 2월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리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몇 달 뒤 그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켰다. 0.02%에 불과한 우승 확률을 뚫고 EPL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쉽게 말해 금수저들 사이에서 '흙수저'가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사실 이번 시즌 EPL이 개막하기 전 많은 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은 레스터 시티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강등권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이 예상은 라니에리가 레스터 시티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2015년 7월)에도 바뀌지 않았다. 사람들은 "라니에리가 다수의 명문 클럽을 지도한 감독이기는 하지만 레스터 시티가 달라질 것은 없다"는 냉소적인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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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부임한 감독에게 왜 이런 박한 평가를 내리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도 그럴 것이 라니에니 감독은 지난 30년간 유벤투스, 발렌시아, 첼시 등 명문 클럽을 포함한 15개 클럽을 지휘했음에도 1부 리그 우승이 한 번도 없었다.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은 잘 시키고 종종 컵 대회 우승도 차지했지만 1부 리그 우승 경력이 없었던 탓에 라니에리의 이름 앞에는 '일류 감독'보다 'B급 명장', '소방수', '승격 청부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하지만 라니에리는 이번 EPL 우승을 계기로 자신에 대한 모든 평가를 바꿨다. 특히 명문 클럽이 아닌 '흙수저 클럽' 그리고 '축구 미생(未生)'들을 데리고 얻은 결과였기에 이번 우승은 매우 특별했다.

 

라니에리의 곁에는 조금 특별한 선수들이 있었다. 이름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스타급 선수가 아니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던, 미완의 대기에 그쳤던 선수들이었다. 

 

8부 리그를 뛰며 일주일에 5만원을 받던 공장 노동자 출신 제이미 바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9살 때부터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 길거리 출신 리야드 마레즈, 키가 작다는 이유로 감독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은골로 캉테 등 그저 그런 선수로 살아가던 '축구 미생'들은 라니에리와 함께 '기적'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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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은 기적의 배경에 '아버지' 같은 라니에리의 인자한 성격과 항상 선수들과 소통하고 신뢰한 '소통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고 입 모아 말했다.

 

라니에리는 평소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다. 

 

다른 이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독불장군처럼 무슨 일을 추진할 경우 '반감'을 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그는 항상 자상한 면모를 보이며 선수들의 의견이 경기 운영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결국 라니에리에 대한 선수단의 '무한 신뢰'를 얻어냈고, 레스터 시티는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강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무적의 팀'으로 거듭났다.

 

라니에리와 레스터 시티 선수단이 이번 우승을 통해 축구계를 비롯한 전 세계에 던진 메시지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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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펼친 레스터 시티의 '신뢰 축구'는 '축구에서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으며, 전 세계 많은 '흙수저'와 '미생'들에게 큰 위안과 힘이 됐다.

 

물론 이번 시즌 레스터 시티에게 '일격'을 당한 명문 '금수저 클럽'들이 잔뜩 벼르고 있는 탓에 'B급 명장' 라니에리와 '축구 미생'들의 유쾌한 반란은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돈이면 다 되는 이 세상에 굴하지 않고 꿈에 대한 '믿음'이 있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면 처한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그러니 이번 '레스터 시티 FC의 기적'을 본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라니에리가 말한 것처럼 때로는 자신이 처한 힘든 상황에 좌절하겠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피와 땀을 흘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노력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는다.

 

세상의 많은 흙수저와 미생들이 라니에리와 레스터 시티 선수단처럼 꼭 성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