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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키우던 반려동물 좀 버리지 마세요"

유기동물을 관리하는 예산으로 정부가 한 해 약 130억원의 세금을 쓰고 있지만 유기동물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경각심이 필요하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경기가 침체 되면서 유기동물 수가 지난해보다 1천 마리 느는 등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동물보호 및 복지관리 실태 조사'에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유기동물 수가 8만 2천여마리라고 밝혔다.

 

강아지는 약 6만 마리, 고양이는 2만 마리 가량이다. 

 

정부가 집계한 통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기동물 구호단체 등 동물단체는 현장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집계라고 반박하고 있다.

 

활동가들은 실제 유기동물 개체수는 정부 추산보다 최소 3배 이상인 20만~30만 마리는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hutterstock

 

이미 정부는 유기동물을 케어하기 위해 한 해 100억원 이상의 국민 세금을 쓰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비용만 97억원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비용 31억원까지 포함하면 한해 13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그에 반해 국내 동물 판매업소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쪽에선 반려동물을 키우다가 버리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계속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공급과 수요가 모두 늘어나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버려지는 존재 역시 반려동물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반려(伴侶)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의미다. 그래서 배우자를 '평생의 반려자'라고 표현한다. 

 

함께 사는 동물은 우선 '돈을 주고 사서 집으로 데려오는' 존재인 만큼 소비재와 같이 취급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존재인 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에는 '애정'이라는 감정적 자원과 '비용'이라는 시간적 물질적 자원이 들어간다. 

 

감정을 교류하는 생명체인 만큼 때로는 '희생'도 해야 하고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 한다. 결국 반려동물은 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반려동물이 버려지면 이들은 수십 km를 달려가서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주인이 자신을 버린 장소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하는 것이다. 

 

shutterstock

 

신중하지 못한 결정과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버려지는 반려동물, 그리고 그런 유기동물을 위해 연간 130억원 이상의 세금을 쓰는 정부와 지자체.

 

피해는 반려동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죄없는 국민들까지 보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의 원인은 '버리는 사람'에게 있다. '경기 침체로 유기동물이 늘었다'는 기사 제목이 상투어처럼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 유기동물이 느는 것은 '경제' 탓이 아니다. 

 

'가족도 버리는 세상인데 반려동물 버리는 게 대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되묻고 싶다. 정말 '가족'이라면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지 말이다.

 

내년엔 세계 경기 상황이 더 안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기동물이 늘어났다'는 통계 기사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 

 

잠깐의 호기심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한 뒤 무책임하게 버리는 일은 제발 하지 말자.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