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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비싼 '프렌즈' 제품들이 잘나가는 이유

다른 제품보다 30~50% 가량 비싼데도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 인기 이모티콘 캐릭터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이 큰 인기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어휴~ 이건 왜 이렇게 비싸요?" (손님)  

 

"카카오프렌즈 잖아요..." (점원)

 

요즘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 콜라보레이션 제품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로드샵 화장품, 옷, 잡화 등 생활 용품 전반에 '프렌즈' 제품이 없는 곳이 없다. 카카오프렌즈는 1천여 개의 콜라보 상품을 라인프렌즈는 5천여 개의 콜라보 상품을 출시했다.

 

보통 2천~3천원이면 구입하 수 있는 칫솔도 프렌즈 캐릭터만 들어가면 5천원에 육박한다. 노란 샐리 얼굴이 눈길을 끄는 화장품을 손에 쥐였다가 가격을 보고 놀란 적도 있다. 

 

"이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했더니 옆에 있던 점원이 "에이~ 라인프렌즈 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좌) Instagram 'massun0', (우) 미샤  

 

요즘 '프렌즈'들은 잘 나가고 있다. 

 

카카오는 캐릭터 상품을 포함한 매출이 1년새 55%나 늘었다. 라인프렌즈도 국내보다 해외 팬들이 두 배 이상 많을 만큼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를 분사하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등 캐릭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인프렌즈 역시 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주요 백화점과 지역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마찬가지다. 

 

경기는 불황이라는데 보통 제품보다 30~50% 가량 비싼 캐릭터 콜라보 제품이 유독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작은 사치'를 즐기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명품차나 고급 의류같은 고전적인 사치품을 살 수 없는 대신 손이 닿는 범위에서 '작은 사치'를 누리며 만족을 얻는 소비 행위를 하는 것이다.

 

프렌즈 캐릭터 제품들이 잘 나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분석할 수 있다. 소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만족을 소소하게 누리는 것이다. 

 

실제로 라인프렌즈 제품의 팬이라는 여성 이모(33) 씨는 "브라운 제품만 보면 눈이 돌아간다"며 "조금 비싸지만 캐릭터로 만들어진 생필품들을 보면서 얻는 만족도가 크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보다 소비 여력은 많지 않지만 현재의 삶에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큰 20~30대들의 소비 성향은 캐릭터 제품뿐 아니라 장난감, 피규어, 네일 서비스, 프리미엄 디저트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연합뉴스

 

때문에 요즘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명품은 실적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작은 사치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중들에게 명품은 더이상 '희소한 제품'으로서의 가치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심리적 배경을 설명한다. 

 

최근 있었던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4%는 '누구나 명품 하나씩은 다 갖고 있어 희소하지 않다'고 응답했고 57%는 '아무리 명품이라도 남들이 가진 제품은 갖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전통적인 명품보다 개성 강한 캐릭터 시장이 뜨는 이유다. 

 

일상 속에서 작은 사치를 누리는 젊은 세대에게 '프렌즈'들이 언제까지 인기를 얻을지 예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암울한 얘기만 들려오는 요즘같은 때 사람들이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며 기꺼이 지갑을 여는 데에는 다 그만한 심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