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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얼평(얼굴평가)'을 아시나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소년들이 '얼굴을 평가해달라'는 글과 함께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인사이트] 성보미 기자 = "제 얼굴 좀 평가 해주세요~ 쌍꺼풀은 자연산!"

 

온라인 커뮤티니티에는 누리꾼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외모를 평가해달라고 부탁하는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전부터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얼굴 평가' 일명 '얼평(줄임말)'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하지만 최근 올라오는 사진들은 주로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더 많다. 대부분 외모에 고민이 많은 시기의 초등학생들인데 전보다 연령대가 좀더 낮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외모를 점수 매겨달라고 하는 것일까.

 


KBS2TV '정글피쉬'

 

'얼평'을 부탁하던 10대 여학생 A양은 "제 3자들은 내 주변의 친구들 보다 내 얼굴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것 같았다"는 말을 남겼다.

 

또다른 남학생인 B군은 "댓글 중에는 험한 욕설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를 위해 진심어린 충고를 해준다"고 밝혔다.

 

'얼평'을 부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내 얼굴의 어디가 가장 예쁘고 어디가 가장 못생겼는지를 객관적으로 알고 싶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들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험악한 '악플'을 받을지라도 내 얼굴이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 정말 궁금했던 것이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현재 '외모 품평'에 푹 빠져 있다. 게다가 이런 외모 평가는 취업과 결혼을 앞둔 20~30대 사이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취준생들은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가 외모 때문은 아닌지 고민이 되어 자신의 얼굴을 남긴다.

 

"저의 어떤 부분을 고치면 인상이 좋아질까요?", "제 얼굴에 난 상처때문에 자꾸 면접에서 떨어지는 걸까요?"

 

또 애인을 만들고 싶은 청년들은 자신이 영영 솔로로 남을까 걱정이 들어 질문한다.

 

"제 얼굴이 별로여서 '모쏠'일까요?", "내일 소개팅인데 이렇게 입고 나가도 될까요?"

 

이는 외모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애에서부터 취업, 그리고 심지어 낯선 이들의 시선까지. 우리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예쁘고 잘생겨보여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GettyImagesBank

 

솔직히 외모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다. 우리가 상대방을 마주쳤을 때 먼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가장 1차원적인 평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외모를 안봐"라고 말하는 사람들 역시 더욱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외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 있다.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또 오해영'은 우리 사회에 지독하게 뿌리박힌 '외모지상주의'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극에서 '그냥 오해영(서현진)'은 '예쁜 오해영(전혜빈)'과 이름은 같지만 외모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이유로 놀림과 비난을 받는다.

  


tvN '또오해영'

 

이런 장면들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냥 오해영'에게 불친절한 사람들을 향해 욕을 퍼붓곤 한다.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천박한 행동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당장 그런 사람들에게 "'예쁜 오해영'과 '그냥 오해영' 중 당신은 어떤 외모를 갖고 싶은가?"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나는 '그냥 오해영'으로 살고 싶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외모는 '이성에게 잘보이기 위한 수단'에서 더 나아가 사회 생활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외모는 '신분'까지 상승시켜주는 중요한 '재능'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다. 

 

드라마에서 사람들이 '예쁜' 오해영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얼평'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어려지는 것도 '외모'에 대한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지고 그에 대한 차별도 더욱 확대됐기 때문이다.

 


tvN '또 오해영'

 

한참 밝게 웃어야할 아이들은 '외모'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하고 주눅이 들어 결국 성형외과로 발걸음을 돌린다. 

 

어린 학생들이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게 된 것은 바로 '예쁜 오해영'을 좋아하고 '그냥 오해영'을 외면하는 바로 우리 자신이 아닐까 되묻고 싶다. 

 

지나친 외모 평가는 한 사회를 비정상적으로 만든다.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성형 문화가 널리 확산된 것도 그런 지나친 외모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모보다는 능력과 열정이 제대로 평가받는 건전한 문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외모를 평가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세상에 어떤 시련과 압박이 있어도 그것은 절대 '외모 탓'이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