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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서 '임산부 좌석' 양보해 달라는 제가 이상한가요?"

매년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등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정작 임산부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배려는 부족하다.


gettyimageBank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다중시설 중 한 곳인 지하철에는 임산부(임부와 산부)를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다.

 

분홍색 시트가 깔린 임산부 배려석은 오래 서있기 힘든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1월부터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임산부 자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해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일 아침저녁 1시간 반 정도되는 거리를 지하철로 출퇴근한다는 만삭의 임신부 직장인 A씨의 고민이 올라왔다.

 

평소처럼 지하철을 이용하던 임신부 A씨는 이날 따라 자리 양보해달라고 말하기가 껄끄러워 마침 자리가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앉아 출근길에 올랐다.

 


Facebook '서울시 (Seoul)' 

 

피곤해 깜박 잠이 들었던 임신부 A씨에게 어느 한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흔들어 깨우더니 "임산부 자리에 앉지 왜 여기에 앉아 있냐"며 뜬금없이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시끄러워지기 싫었던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을 서있다가 결국 어지러움증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내려 화장실로 급히 뛰어가야만 했다.

 

임신부 A씨는 "주변에서 자리 양보해달라고 말했다가 시비가 붙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노약자석에 앉아가는 것도 눈치 보여 지하철 타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산부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며 "괜한 시비가 붙어 아이가 다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임산부를 위한 배려석이 설치돼 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실용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Facebook '서울시 (Seoul)' 

 

실제 매년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등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지만 정작 임산부에 대한 문화나 배려는 부족한게 사실이다.

 

임신부 A씨의 사연이 올라오자 일부 누리꾼은 "임신이 무슨 벼슬도 아니고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것이냐"며 오히려 비난하는 모습을 보여 씁쓸함을 자아내게 했다.

 

홀몸이 아닌 생명을 품은 무거운 몸으로 잠시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정중하게 말하는 것이 욕먹을 만큼 그렇게 이기적이고 잘못된 것일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사회적 제도 마련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크든 작든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한다.

 

혹시 누군가가 지금 분홍색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있다면 정중하게 다가가 임산부와 아이를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고 부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