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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안군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성입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서 벌어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특정 지역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변질되고 있어 우려된다.

이번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애꿎은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 (좌) 연합뉴스, (우)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권길여 기자 =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에서 벌어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처음 보도가 나왔을 때는 외딴섬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성범죄'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피의자들이 피해자의 몸에서 자신의 DNA가 검출됐는데도 범행을 부인하고 심지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반성하지 않는 등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전국민을 분노케 했다.

 

사람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언급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수록 소름 끼치는 내용에 몸을 떨어야만 했다. 

 

이번 사건과는 직접 관련 없지만 예전의 사건들이 하나둘씩 다시 거론되면서 '신안군'에 대한 이야기는 점점 괴담 수준으로 확산되기까지 했다.

 

누리꾼들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킬만한 '신안군'의 과거 추문과 비리들도 끄집어 내면서 성토하고 있다.

 

2012년 발생한 염전 노예 사건과 지난 5월에 발생한 남교사 실종 사건, 현직 신안 군수가 간통 혐의로 피소됐었던 사건들이 다시 가십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피의자 3명 / 연합뉴스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들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신안군 자체를 싸잡아 욕하는 것은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과도한 '지역 비하 발언' 때문에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 글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저는 신안군에서 태어난 평범한 남성입니다'라는 글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는데, 글쓴이 A씨는 이번에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보고 평범한 시민들처럼 똑같이 격분했다고 전했다.

 

이런 푸념은 비단 A씨만은 아니었다. 신안군 출신이거나 그곳에 사는 많은 주민들은 타지역 사람들이 신안군을 '악마의 소굴'처럼 묘사하는 모습에 상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이유로 신안군 전체를 욕해 적잖이 충격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요즘은 어디에 가서 신안군 출신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 피의자가 아닌 신안군 주민들을 욕하는 악성 댓글들 / 온라인커뮤니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들은 선량하게 살아가고 있는 신안군 주민들이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신안군 주민들은 커뮤니티에 사연을 올린 청년 A씨처럼 선량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신안군 전체 주민들이 문제이고 마치 잠재적인 '범죄자'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이들은 "신안군에 핵을 쏴버리자", "신안군 출신 사람들을 몰살시켜야 한다" 등의 말도 안되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 문제는 신안을 넘어 전라도 전체의 해묵은 '지역감정'으로까지 퍼지는 양상이다.

 

지나친 지역 비하 발언 때문에 신안 출신의 청년들과 시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 gettyimagesbank

  

물론 이번 신안군에서 발생한 사건이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독 그 지역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강간이나 살인, 납치 등 충격적인 사건은 어느 지역에서나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충격을 줬던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처럼 강력 사건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당한 이유없이 신안 지역을 '마녀사냥' 하고 있는 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신안군, 나아가 전라도 전체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내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더불어 선량한 시민들에게 큰 상처와 아픔을 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렇게 소모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가 정작 논의해야 할 성폭행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나 사회적 안전망 확충 등을 놓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권길여 기자 gilyeo@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