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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이 없어서 우리 딸 '수학여행' 못 보낼 것 같습니다"

요즘 수학여행 경비가 크게 올라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해외로 수학여행을 가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지영 기자 = 날로 비싸지는 수학여행 경비 때문에 "우리 아이는 수학여행을 보내지 못할 것 같다"는 학부모들의 한탄 섞인 고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한 고등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2학년 학생들의 수학여행 후보지를 중국, 백두산, 캄보디아 등 모두 해외로 제시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굳이 해외로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쯤 더욱 눈길을 끌었던 것은 수학여행 경비였다. 

 

수학여행의 후보지가 모두 해외다 보니 경비가 모두 10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액의 수학여행 비용이 적힌 가정통신문을 받은 학생들 중에는 부모님께 말씀드리기 죄송해 벌써부터 수학여행을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수학여행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텅 빈 학교에 나와 자습을 하거나 심지어 학교 청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언론들은 수학여행 때문에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학생들 간 위화감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교육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실제 교육부가 2015년 1학기 수학여행 비용을 조사한 결과 가장 비싼 10개 학교 평균이 250만원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가장 비싼 학교는 수학여행 비용이 무려 450만원에 달했다. 이쯤되면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체 재학생의 30% 이상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였다.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위해 가는 수학여행인데 오히려 빈부격차,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수학여행의 사전적 정의는 '교육 활동의 하나로서 교사의 인솔 아래 실시하는 여행'이다. 즉 수학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닌 교육의 연장이라는 의미다.

 

많은 돈을 들여 화려한 것을 보는 것보다는 옆에 있는 친구와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며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게 수학여행을 시작한 참된 뜻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돈 때문에 이 소중한 경험을 해볼 기회조차 박탈당한다면 아무리 '고급스러운' 장소라 해도 그곳이 '좋은' 수학여행지가 될 수는 없다. 

 

학창시절 단 한 번뿐인 수학여행이 누구는 가고 누구는 못 가는 행사로 전락해버리지 않기 위해 교육 당국이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지영 기자 jiyo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