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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울리는 '미생물 화장품'...손놓고 방관하는 정부

최근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하청 공장 관계자로부터 화장품이 '비위생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제보를 받고 기사를 작성했다.

인사이트

(좌) 온라인 커뮤니티, (우) Instagram 'js328wang'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최근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하청 공장 관계자로부터 화장품이 '비위생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제보를 받고 기사를 작성했다.


인사이트 독자들이 좋아하는 제품인 아리따움의 '모노아이즈', 에뛰드의 '룩앳마이아이즈' 등 인기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자료를 확인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놀랐던 것은 제조 업체보다 식약처가 제품 성분이나 제조 과정에 더 관대한 기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제보자 A씨는 "섀도우 생산 과정에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데 제조업체가 제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일명 '감마선 처리'라 불리는 멸균만 해서 시중에 내보낸다"며 관련 자료들을 제보했다.


이어 "원래 화장품은 감마선 처리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안다"며 "비위생적으로 만든 것도 문제지만 거기에 해선 안되는 멸균처리를 해서 내보내는 게 보통 제품들"이라고 폭로했다.


인사이트아모레퍼시픽 하청업체 C사 내부 문건 / 제보자 제공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업체 품질관리팀에 재직 중인 직원은 "감마선 처리를 하면 파우더 제품에 변형이 생겨서 하면 안된다"며 "우리는 세균이 든 제품을 만든 적도 없고 따라서 감마선 처리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제보자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는 세균이 있는 제품들이 '멸균 처리 후 출고됐다'는 기록이 수두룩했다.


어쨌든 '화장품에는 감마선 처리를 하면 안된다는 게 업계 상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 후 식약처에 확인해보니 도리어 식약처에서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했다.


식약처 한 관계자가 확인해본 결과 "화장품에 감마선 처리를 해선 안된다는 법규는 없다"는 것이다.


법으로 금지하지 않은 '공법'인 만큼 이 부분은 문제삼을 수는 없었지만 제조사 직원들이 해선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멸균법이 왜 법으로 규제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식약처의 이같은 '관대함'은 앞으로도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당국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습기살균제 유해성분으로 알려진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도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품 1천여개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MIT는 화장품법상 제한이 필요한 성분인데도 식약처는 이를 일반 화장품에 소량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상태다.


MIT 뿐 아니라 다른 유해 성분들도 이런 식으로 조금씩 사용이 허용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 관계자는 이런 '맹점'에 대한 지적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소비자단체들이 화장품 제조업체에 "이런 유해 성분을 사용하지 말라"고 서한을 보내도 "식약처의 기준을 지켰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인사이트Instagram, 'yb_sr1004', 'minnnj'


비위생적인 화장품에 관한 기사가 나간 뒤 인사이트에는 피해 사례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해당 공장에서 일했던 전 직원들로터 "회사 측으로부터 '혹시 당신이 제보 했냐?'고 추궁까지 받고 있다", "기사 내용이 사실일 것이다" 등의 메일도 받았다.


그 중에는 화장품의 특정 성분과 개인의 피부 특성이 맞지 않아 문제가 된 경우(일종의 알러지 반응)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개 기업들은 제품과 관련한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몰아갈 뿐 제품 제조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지 않고 있다. 


이유는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거대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소비자를 '호갱' 취급하면서 우습게 여기는 탓이다.


이런 왜곡된 시장 상황을 바로 잡는 게 바로 정부의 역할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그런 기업의 제품을 사서 사용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식약처는 소비자의 편에 서서 더욱 꼼꼼하고 엄격해야 한다. 제품으로 인해 인체에 문제가 생겼어도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약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옥시 사태와 화장품 미생물 기준 초과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식약처는 자신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화학 성분이 사용되는 화장품을 비롯한 모든 제품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길 촉구한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