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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가 롤(LOL)을 하나요? 대세는 오버워치 아닌가요!"

최근 블리자드의 최신 게임 '오버워치'가 여러 문제점을 가진 라이엇 게임즈의 '롤'의 인기를 뛰어넘을 기세다.

인사이트오버워치의 인기 캐릭터 'D.Va' /사진 = 블리자드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최근 몇 년간 게임 팬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롤 · LOL)이었다.


'롤'은 무려 203주 연속 PC방 게임 점유율 순위 1위를 유지하면서 절대 강자의 '위엄'을 보여왔다.


그만큼 '롤'은 넘어설 수 없는 게임처럼 보였던 '전설'이었다.


그런데 어제(16일) 오후 전국 PC방 게임 점유율 순위가 뒤바뀌었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롤'을 밀어내고 1위에 오른 것이다.


지난달 24일 서비스를 시작한 '오버워치'는 6월 16일 오후 기준 PC방 점유율 29.21%로 1위에 올랐다. 1위였던 롤은 불과 0.41% 차이이기는 해도 2위로 내려앉았다. 


203주 만에 새내기 게임에 '왕좌'를 빼앗긴 것이다.


이는 정말 오버워치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임과 동시에 '롤'의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도대체 '오버워치'는 '롤'의 아성을 어떻게 무너뜨린 것일까? 그 이유를 그저 단순히 '재미'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오버워치 팬들은 한 목소리로 "롤은 너무 그 자리에만 안주하는 느낌이고, 몇 가지 문제가 유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지적됐는데 수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인사이트롤 챔프 '말자하' / 사진 제공 = 라이엇 게임즈


가장 먼저 팬들은 롤의 '5대5 매칭' 특성상 게임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고 불평한다. 평균적으로 10분이라는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유저들을 지치게 하는 것.


이에 더해 게임 플레이 시간이 평균적으로 30~40분, 길게는 1시간 정도로 꽤 길다. 2~3 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임 유저들 특성상 너무 많은 시간을 게임에 투자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부정행위 프로그램인 '롤헬퍼' 문제다. '롤헬퍼'는 상대방이 어떤 공격을 언제·어디서·어떻게 시작할지 보여주는 해킹 프로그램으로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일부 유저들이 이 프로그램으로 승리를 따내 랭킹을 상승시켰으며, 심지어 프로그램 판매자들은 수천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3월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이승현 대표의 때늦은 사과 뒤 단순 제재만 했을 뿐 피해 사례에 대한 확실한 보상도 없고, 프로그램을 뿌리째 뽑지도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롤'은 5대5로 게임하는 10명 개개인의 실력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즉 자신의 팀이 졌을 때 누구의 탓인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자신의 팀원을 '비난'하는 채팅이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패드립'이라고 하는 '패륜적인 채팅'이 너무 많아 유저들이 등을 돌리는 일이 많은 것이다.


인사이트오버워치의 초절정 인기 캐릭터 '메르시' / 사진 제공 = 블리자드


'내 부모님 안부를 가장 많이 묻는 사람은 부모님 지인이나 친척 어르신들이 아닌 롤 채팅창의 유저들'이라는 우스갯소리도 그래서 나왔다.


한마디로 롤을 하다가 게임을 못하면 부모님 욕설을 듣는 왕따까지 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유저들의 '사용자 경험'(UX)이 절대 좋을리 없는 셈이다.


반면 '오버워치'는 위에 언급된 '롤'의 문제점들이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대기 시간은 겨우 10초 남짓이며, 플레이 시간은 길어도 10분을 넘지 않는다.


게임을 플레이 하기도 쉬우며 유저들 사이에 큰 격차가 나지도 않아 특정 유저가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경우도 없다. 또한 무엇보다 채팅창에서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경우(?)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블리자드는 '부정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한다. 특히 게임에서 나타나는 버그를 악용할 경우도 단호하게 조치해 유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즉 롤에서 큰 문제로 지적되는 세 가지가 '오버워치'에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재미'까지 넘치는 이 게임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업계 전문가들은 롤이 가진 문제점 세 가지가 없다는 점을 오버워치의 '인기의 비결'로 보고 있다. 


블리자드는 게임 자체의 재미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임 팬들에게 매력을 끌기 위해 단순 '재미'에만 국한되지 않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캐치했다고 보는 것이다.


인사이트

롤의 게임 플레이 캡처화면 / YouTube 'korea lolht'


오버워치를 제작한 블리자드는 롤을 즐기는 팬들이 무엇을 가장 불편해 하는지 정확히 인지해 '오버워치'에 그대로 반영해 대박을 터뜨렸다.


업계 한 전문가는 "날로 식상해져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블루오션'은 소비자의 정확한 니즈(needs)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를 그저 '돈'이나 지불하는 존재로 여긴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콘텐츠라도 결국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롤'은 무려 203주 연속 전국 PC방 게임 점유율 순위를 기록한 '전설의 게임'이다. 그만큼 '재미'는 보장이 된 게임이라는 얘기다.


롤 제작사는 이제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깨닫고 언급된 세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2위 자리마저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롤에게 필요한건 순위 역전을 위한 새로운 챔프가 아니라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