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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한 달에 '90만원' 나가는 대한민국 청년들

고물가와 심각한 실업난으로 서울에서 자취하는 취준생들의 애환이 깊어지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KBS '시사기획 창'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서울에서 살면 숨만 쉬어도 90만 원은 나가..."


대학을 졸업하고 함께 취업 스터디를 하던 언니가 어느날 밥을 먹다 말고 했던 얘기다.


월세 30만 원, 통신비 수도세 전기세 및 공과금 20만 원, 밥값 및 스터디 등 생활비 40여 만원.


서울에서 월세 30만 원이면 '형편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그녀의 한숨섞인 말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니... 20대 때는 예쁜 옷도 사입고 싶고,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데이트 비용도 들 때가 아닌가.


'오직 생존'에 드는 돈 90만원. 과외를 잘리지 않고 3탕을 동시에 뛰면 나오는 돈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나마 과외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사정이 낫다. 알바를 하면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최저임금법을 적용받는 알바생들은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한 달에 126만원 남짓 받을 수 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는 한 서울에서 자립하며 취업을 위한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은 거의 꿈도 꿀 수가 없다.


최근 서울특별시 정책 씽크탱크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거주하는 20~30대 70% 이상이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교육, 직장, 문화 시설 등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여건이 갖춰져 있어 당장 떠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떠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구가 젊은이들의 대다수라는 의미다.

 

2016년 현재 기준으로 서울시 전셋값은 3.3제곱미터 당 1천만원을 넘어섰다. 당장 집을 살 여력이 없는 이들이 자고나면 오르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높은 월세를 내며 서울에 겨우 거주하는 젊은이들은 미래를 저당잡힌 기분으로 우울하게 보내고 있다.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꿈꾸라고 말하지만 '숨만 쉬고 살아도' 한 달에 90만 원이 필요한 현실에 짓눌린 상황에서는 창의적인 생각도, 도전정신도 나오기 어렵다.


그런 가운데 정부와 서울시가 청년 임대 주택 공급을 위해 팔을 걷어부친 것은 잘한 일이다.


2030 세대가 겪고 있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주거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최근 국토교통부는 청년에게 10년간 임대료 상승 없는 주택을 공급할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도 주거비 부담에 짓눌린 청년들을 위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지원에 관한 조례를 발의해 심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사실 주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생활과 문화에 2030 세대가 쓸 수 있는 지출이 늘어나 도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일을 벌리고 도전정신을 가지려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들은 아직 '무엇이 되기 전'에는 힘도 없고 돈도 없기 때문이다.


2030 세대가 서울을 떠나거나 소비하고 저축할 여력이 없다면 결국은 집을 살 사람도 사라지게 돼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을 '주거 문제'부터 풀어가야 하는 이유다.


2030 세대가 거주 문제 때문에 젊은 날의 대부분을 너무 힘겹게 보내지 않고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주길 바란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