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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에서 발견한 대한민국의 '재난' 대처법

영화 '부산행'에서 재난을 맞은 정부의 대응과 그동안 우리나라 정부가 재난에 대처해온 방식이 너무나 닮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좌) 영화 '부산행' 스틸컷, (우) 연합뉴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영화 '부산행'이 개봉 후 일주일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부산행을 관람한 관객은 665만 6천여 명으로 다음 주 중으로 1천만 관객 돌파가 점쳐지고 있다.


영화 '부산행'은 연기자들의 열연 뿐만 아니라 '좀비'라는 좀처럼 우리나라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소재를 선택했다는 점이 크게 어필했다. 


또한 KTX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공감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영화 흥행의 또 한가지 요인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흥행 요소로 작용했다.


좀비떼 습격에 대응하는 영화 속 정부의 모습과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재난에 대응하는 모습이 닮은점 또한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요인인 셈이다.


영화 '부산행'에서 정부는 최초 공장에서 오염물질이 누출된 지역에서 소극적 방역 활동만 벌인다.


마을 주민들은 예전에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에도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오염물질이 누출됐는데도 정부는 전과 똑같이 대응할 뿐이다.


인사이트영화 '부산행' 스틸컷


초기 대응에 실패해 좀비 떼가 전국을 뒤덮은 상황에서 정부는 방송을 통해 "신속히 진압하고 있으니 국민은 정부를 믿고 생업에 종사하라"고 거짓말을 한다.


KTX 기관사는 "바깥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승객분들은 안전한 객실 내에서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내보낸다.


제대로 된 상황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지 않자 KTX에 탄 사람들은 SNS와 온라인을 통해 바깥에서 좀비들이 사람을 물어뜯으며 감염자가 시시각각 늘어가고 있는 상황임을 스스로 알게 된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을 때 국민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지켜야만 했던 것이다.


더욱이 정부는 부산행 KTX에 생존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하지 않는다.


영화 '부산행'에서 보이는 정부의 모습과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비슷해도 너무나 비슷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라는 홍역을 치르면서 정부는 재난에 대처하는 컨트롤타워도 없이 무능력한 모습을 보였다.


메르스 환자 초기 발생에 환경부와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은 허둥지둥거렸고 그동안 메르스는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메르스의 감염 경로에 대해서도 당국은 '중동 낙타'에 의한 감염, '박쥐에 의한 감염' 등 우리나라 상황과 동떨어진 상황 설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해외 언론에서도 비웃음을 샀을 정도다.


우리나라 정부가 재난발생 시 컨트롤타워가 없어 우왕좌왕했던 사례는 비단 메르스 사태 뿐만 아니다.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 지하철 참사'와 1999년 발생한 '씨랜드 참사'도 정부의 제대로된 관리·감독이 있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그동안 여러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나라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 결과 피해를 봤던 것은 국민이었다.


인사이트대구지하철 참사의 흔적들. 연합뉴스


영화 '부산행'에서 정부는 구조대를 파견하지 않아 마동석과 공유 등 주인공들이 스스로 위험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에서도 사고자들을 구조했던 사람들은 해경이 아니었다. 평범한 시민들인 어부들이 밧줄을 던져 아이들을 구했던 것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잇달아 벌어졌기에 관객들은 영화를 보면서 좀비들의 습격이 마치 '실제'라고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영화 속의 일이지만 현실에서도 이와 '유사한' 대형 재난 상황에 충분히 맞딱뜨릴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극장을 나서면서 영화 속 재난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 정부가 그런 시스템을 갖췄다고 생각할 수 었었기 때문이다.


영화 '부산행'으로 재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진 지금이 재난에 대한 컨트롤타워 마련과 대책 수립에 적기가 아닐까.


'안전'은 기존의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만 바꾼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정부는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