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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중국집 배달원"이라는 말에 오열하며 도망친 맞선女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는 중국집 배달부 A(35) 씨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인사이트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성보미 기자 = "맞선 본 자리에서 직업이 중국집 배달원이라고 소개했더니 상대방 여성이 오열하면서 그냥 나가버렸습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는 중국집 배달부 A(35)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중국집에서 배달부로 일한 경력이 10년도 넘었다는 A씨는 지금까지 일하면서 겪었던 비참했던 순간들을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학생으로부터 욕설을 듣는가 하면, 사장으로부터 비인간적인 대우를 당하는 등 수치심을 느꼈던 일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많은 일들을 당했지만 A씨는 그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으로 맞선 상대 여성이 자신 앞에서 오열했던 순간을 언급했다.


맞선 장소에 나온 상대 여성이 "직업이 뭐냐?"고 묻자 A씨는 숨김없이 "중국집 배달부로 일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대답을 들은 맞선 여성은 얼굴이 붉게 변하더니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상대 여성은 아무말 없이 주선자에게 전화를 하러 자리를 떠난 뒤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도 A씨는 "난 그녀를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미안했다"고 말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오히려 미안했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많은 이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안타까워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과연 자신이 그런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면 솔직히 어떤 기분이었겠는지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바로 이 글을 읽는 우리 자신이야말로 '중국집 배달부, 택배 기사, 환경미화원 등 상대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하찮게 대하지는 않았나'하고 말이다.


세상이 물질만능주의로 물들면서 결국 돈 많이 벌고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게 됐다.


하지만 직업에 있어서 진짜 '귀천'이란 무엇일까. 겉으로는 화려하고 멋있어 보일지라도 본인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쳇바퀴 돌듯 일상을 보내는 이들이 허다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스펙을 쌓아 굴지의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한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그 직업을 귀하다고 할 수 있을까.


A씨는 스스로를 "가방끈이 짧은 사회적 약자"라고 비하하면서도 "배고픈 누군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들에게는 하찮고 우스워보일지라도 A씨는 자기 나름대로의 확신과 신념을 갖고 업무에 전념하고 있다. 그의 직업은 그 자신에게 있어 누구보다 '귀한 것'이다.


인사이트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이를 증명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바로 SBS '생활의 달인'이다. 이 방송에선 고층 빌딩에서 빳빳하게 다려진 양복을 차려입은 고소득 직장인들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방송 속 달인들은 모두 남들이 봤을 때에는 사회적 '약자'로 비춰지지만 강한 신념을 갖고 일하며, 또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특기를 갖게 된 사람들이다.


심지어 이들은 방송에 나오면서 시청자들로부터 감탄과 존경을 한몸에 받는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귀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중국집 배달부 A씨가 다른 소개팅을 했는지 '후일담'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 다만 좋은 맞선 상대를 만나서 결혼을 약속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