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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선수들, "죄송합니다"며 고개 숙이지 말아요

도대체 무엇이 죄송했기에 선수들은 메달을 따지 못하면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는 걸까?

인사이트진종오 / 연합뉴스


[인사이트] 김지현 기자 = "죄송합니다..."


'남자 50m 권총 금메달리스트' 진종오가 지난 7일 열린 남자 10m 공기 권총 결선에서 5위로 메달 꿈이 무산되자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게 남긴 말이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선수는 진종오 뿐만이 아니다. 


각각 남자 유도 73kg급과 여자 유도 57kg에 출전한 안창림, 김잔디 선수도 16강에서 탈락하자 "죄송하다"는 말만 남기고 고개를 숙인 채 자리를 떠났다.


왜 이들은 우리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긴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무엇이 죄송했기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나야 했을까?


인사이트안창림 / 연합뉴스


선수들은 지난 4년 동안 오직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굵은 땀을 흘려왔다. 그렇기에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밀려오는 좌절감과 슬픔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런데 선수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가장 먼저 위로를 받아야 할 주인공은 정작 본인들인데, TV 중계로 경기를 보는 우리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물론 선수들의 '죄송합니다'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자신'에게 하는 것일 거고, 뒤에서 묵묵히 도와줬던 여러 동료들과 코치, 가족들에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카메라를 바라보지 못하는 선수들의 초라한 모습을 보면 그들의 "죄송합니다"는 우리에게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그들의 사과를 받을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선수들을 고개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게 만든 걸까?


인사이트김잔디 / 연합뉴스


'실패', '노메달'


금메달을 기대했던 선수들이 조기 탈락하거나 은메달, 동메달에 그칠 경우 언론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다.


쉽게 말해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는 ‘패배자’처럼 만들고 있다. 반대로 금메달을 딴 선수는 '영웅'으로 추앙하며 하루 종일 해당 선수와 관련된 소식만을 전해주고 있다.


금메달이 '세계 1등'의 증표이기에 대중들의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리고 그런 대중들의 관심을 이용하는 것이 언론이라곤 하지만 '스포츠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메달 색깔에 연연한 보도 행태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이런 행태는 분명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또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을 못했다는 '죄책감'을 들게 할 것이다.


하지만 언론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금메달 10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순위 10위에 진입하는 것이 선수들의 목표"라고 순위에 목을 매는 보도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인사이트김우진 / 연합뉴스


올림픽 보도에 있어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내용에 대한 판단은 대중들이 하지만 언론은 말 한 마디로 그들을 움직이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언론이 앞서 말한 것처럼 금메달에만 목숨을 건 보도만 한다면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낄 것이고, 아직 경기를 치루지 않은 선수들은 큰 부담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하지 않을까 싶다.


'금메달 줄줄이 탈락', '충격패', '종합 순위 10위 위기' 이런 자극적인 멘트를 쓰기보다 '비록 졌지만 정말 잘 싸웠다'와 같은 위로의 말을 건네주자.


또한 선수들의 어깨에서 내려오자. 


선수들의 패배는 리우 올림픽에서의 패배일 뿐, 인생의 패배가 아니며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패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린 그들이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과 기대감을 덜어줘야 한다.


인사이트신아람 / 연합뉴스


더 이상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또 사과를 유도해서도 안 되겠다.


선수들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은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는 자리일 뿐,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온 그들이 다른 이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니 '죄송하다'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선수들에게 우린 딱 한 마디만 해주면 된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서 감사합니다"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선수들에게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