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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서 '짜장면' 먹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극장 내부에 '짜장면'을 들고와 태연하게 흡입한 무개념 관객의 황당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다.

인사이트

(좌) gettyimagesbank, (우) Instagram 'shinyounggg'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요즘 영화관에서 이런 저런 음식 냄새가 많이 난다. 비싼 영화관 팝콘과 콜라 대신 외부 음식을 싸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기자도 늦은 시간 끼니를 거르고 영화관에 갈 때는 샌드위치 같은 음식을 사서 들어가곤 한다.


회사가 늦게 끝나 친구와 영화 약속 시간을 겨우 맞출 때, 편의점에서 간편한 음식을 사서 들어가 '꼬르륵'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되는 점이 참 다행이라 느낀다.


하지만 종종 코끝을 자극하는 알싸한 맥주 냄새와 간혹 들리는 '꺽~ 꺽~' 트림소리, 자극적인 음식 냄새들이 몰려와 영화 관람에 방해된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쾌적한 환경에서 영화에 몰입하고 싶은 관객 뿐 아니라 영화관 알바생들에게도 도를 넘어선 관객들의 '먹방'이 피해를 주고 있다. 


상영이 끝난 뒤 좌석을 보면 눈 뜨고 볼 수 없을 '아수라장'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영관을 청소하러 들어가보면 황당한 음식 쓰레기들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피자 박스는 애교다. 심한 경우에는 짜장면, 탕수육을 먹고 남은 그릇에, 족발까지 있다고 한다.


그런 탓에 요즘 극장 알바는 하기 싫은 '3D 업종'으로 꼽힐 정도다. 


이런 문화가 생긴 탓에 요즘 영화관 고객센터에는 "영화관 외부 음식물 반입을 금지시켜달라"는 고객 항의가 빗발치는 상황이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영화 상영관에 팝콘과 음료 등 영화관 스낵 코너에서 판매 제품 외에도 외부 음식을 갖고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 조치를 내렸다.


비싼 영화관 음식 대신 저렴한 과자나 음료수를 들고 들어갈 수 있어 소비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조치였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영화관 취식 행위가 도를 넘어서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을 소비자들이 스스로 망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고객들의 항의 탓에 음식을 규제하는 직원에게 "법대로 하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황당함을 더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소비자들이 오히려 "극장 내부에 아예 음식 반입 자체를 못하게 하자"며 청원 운동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인사이트부산 수변공원 / 온라인 커뮤니티


비단 영화 상영관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공공 장소 '에티켓'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강 등 공공장소는 열대야 기간마다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통화를 하거나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다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고 불특정 다수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공공장소에서의 시민 의식이 투철하다.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타인에게 불편을 끼칠까 신문도 '반에 반'으로 접어서 볼 정도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영화관 음식물 반입'은 비싼 영화관 음식만 사서 상영관에 들어가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의견에 따라 허용된 법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보다 좋은 여건에서 영화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법이지만 일부 몰지각한 관객들 때문에 '악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부디 소비자들이 스스로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영화관에서, 또 모든 공공장소에서 에티켓을 지키는 성숙한 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