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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다방'에 허위매물 올린 중개업자들의 흔한 '낚시질'

중개업자들이 던진 '미끼 매물'에 속아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당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아이고, 30분 전까지만 해도 분명 있었는데 방금 방이 나갔다네요!"


편리하게 방을 구할 수 있다는 부동산앱 '직방'을 이용해 직접 원룸을 구하러 나간 기자가 처음 들어야 했던 말은 "방금 나갔다"였다.


해당 원룸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이렇게 좋은 방이 없다'며 자랑하던 중개업자는 슬그머니 발을 빼더니 자신이 준비한 다른 방으로 기자를 이러 저리 끌고 다녔다.


두 시간 뒤, 또 다른 업자로부터 원하는 매물을 보여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바로 그곳으로 달려갔지만 이번에도 역시 허탕이었다.


실제 직방에서 봤던 사진 속 원룸을 보여줬지만 1층이라던 이곳은 어두컴컴한 반지하였고 원룸이라는 말이 우스울 정도로 고시원보다 좁은 공간이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와중에 중개업자는 "허위매물은 아니죠? 사진보다 좁아서 그렇지 있긴 있잖아요. 그러니 직방에 신고하면 안 돼요~"라는 말로 어이없어하는 기자의 말문을 막았다.


인사이트 지난 20일 기자에게 "금방 나갔다"며 보여주지 않은 방은 여전히(27일 기준) 같은 매물번호로 직방에 등록돼있다. / 직방 캡처


2011년 등장한 '직방'은 모든 부동산 매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바쁜 현대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다방, 방콜, 복방 등 직방을 흉내낸 부동산중개앱이 우후죽순 쏟아졌고 '더 이상 발품 팔지 않아도 된다'는 선전문구로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됐다. 


하지만 일부 중개업자들이 보기에만 그럴싸한 허위 매물을 등록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직방을 통해 만난 A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경쟁 업자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들 미끼로 하나씩 풀어놓을 수밖에 없다"며 허위매물 등록이 만연한 현실을 인정했다.


인사이트직방 등 부동산앱의 피해 사례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 같은 상황에 직방은 허위 매물을 근절하는 각종 제도들을 도입했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중개업자들의 양심에 맡겨지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된다.


가령 '삼진아웃제'와 같이 세 번 이상 허위매물을 올린 중개업자들을 3개월 동안 이용 중지 시키는 정책은 그 기간만 지나면 다시 직방을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징계 사실이 공개되지 않아 사실상 소비자들이 악덕 중개업소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심녹취서비스, 안심중개사 5계명과 같은 정책들도 중개업자들의 양심적 행동을 유도하는 제도일 뿐 강력한 제재 조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사이트


이렇듯 허위매물을 근절하겠다는 직방의 강력한 의지와 달리 그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태생적인 수익 구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직방은 자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중개업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즉 중개업자 한 명 한 명이 그들에게는 '돈'인 것이다.


"영구제명 명시나 손해배상청구와 같은 강제성 있는 조치는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방 관계자는 "중개업자들도 우리의 고객이기 때문에 너무 심하게 규제하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어 "중개업자들이 직방과 계약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매물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고객이 사라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직방과 다방 등 업체들이 돈을 벌려면 허위 매물로 고객을 상대로 어느 정도 '낚시질'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직방은 자체적인 제도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정화에 애쓰겠다 말했지만 '고양이에게 맡긴 생선'이 무사할리 없다.


인사이트한국소비자원 


소비자들을 농락하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각종 '허위 매물'을 근절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강력한 법규정이 필요하다.


현재 직방, 다방과 같은 '부동산앱'은 불공정한 거래를 일삼는 중개업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에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즉, 공인중개사가 직방을 통해 허위 매물을 등록해도 소비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는 이상 그들에 대한 별다른 행정적 처분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직방과 같은 부동산앱이 이미 임대차 시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그만큼의 책임을 지지 않는 지금의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강력한 법규정으로 개인중개사를 비롯 이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부동산앱 업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허위 매물의 폐해를 줄여나갈 수 있다.


인사이트직방 서비스 이용약관 / 직방 캡처


"회사는 회원이 게재한 정보, 자료, 사실의 신뢰도, 정확성 등의 내용에 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직방 서비스 이용약관 제19조 4항의 내용이다.


그저 '광고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소비자와 공인중개사에게 맡긴 채 '도덕적,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겠다' 명시한 직방을 과연 믿고 이용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1등을 자랑해온 직방이 부동산앱의 선구자로서 보여야 할 '책임감'과 '사명감'은 무엇일지 고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