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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차 '엔진 결함' 의혹에 '에어백 조사'로 면죄부 준(?) 정부

수년째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차량 결함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사이트(좌) 보배드림, (우) 연합뉴스


[인사이트] 권순걸 기자 = '현대차 사면 호갱(호구와 고객이 합쳐진 말)', '현대기아차는 도로 위의 '흉기차다!''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이 같은 말이 흔하게 돌아다닌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쏘나타, 주행 중 불이 나는 제네시스, 주행 중 핸들이 잠기는 투싼, 언덕을 오르지 못하는 아이오닉 등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현대기아차가 받는 중대한 결함 의혹들이 수두룩하게 쏟아진다.


최근 현대기아차 차량 결함의 '쐐기'를 박는 사건이 벌어졌다.


현대기아차의 내부고발자 K모 부장이 "회사 측에서 국내 출시된 차량 엔진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은폐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인사이트주행 중 불탄 기아자동차 오피러스 / 사진제공 = 제보자 A씨


K 부장이 고발한 내용은 현대차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엔진소음 및 시동 꺼짐 결함과 관련해 YF쏘나타를 리콜했지만, 한국에서는 같은 결함에 대해 은폐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적용한 'MDPS', 즉 전동식 모터 조향 방식의 핸들에서 주행 중 핸들이 무거워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함 등도 제기가 됐다는 의혹이었다.


K 부장은 해당 문건을 언론에 제보하기 전 모 부회장에게 가져갔으나 오히려 "공갈협박하냐"는 식의 항의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K 부장은 경향신문과 MBC 2580 등 여러 매체에 제보했지만 다른 언론들은 침묵하며 더이상 이슈화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가 '조수석 에어백 미작동 가능성' 결함을 알고도 은폐했다며 다소 뜬금없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국토부의 고발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생뚱맞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인사이트자동차 완파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현대자동차 쏘나타 / YTN


국토부가 고발한 사안인 '에어백 미작동'은 이전까지 여러 언론과 온라인상에서 뜨겁게 불거졌던 엔진 결함, 급발진 사고, 핸들 잠김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국토부가 작은 건으로 고발해놓고 큰 건들은 어물쩍 '면죄부'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폭스바겐의 디젤 연비 조작과 제작 결함, 자동차 안전기준을 위반한 수입차 판매사에 대해 리콜을 명령하고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큰 대조를 보인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하락하기 시작한 현대기아차를 위해 국토부가 알아서 움직이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인사이트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현대자동차 HG그랜저 / 보배드림


현대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2001년 기준 48.5%로 국내 차량 2대 중 1대를 차지했지만 2016년 들어 37.3%로 11.2%포인트 줄어들어든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반대로 벤츠와 BMW 등 수입차의 비중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13.4%까지 치솟으며 국산차에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기아차가 그동안 '집토끼'로 여기던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등한시하는 동안 수입차들이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국토부가 현대기아차에 다양한 '면죄부'와 '특혜'를 동시해 부여해왔음에도 소비자를 '호갱' 취급하면서 스스로 기회를 발로 차버렸다.


인사이트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연합뉴스


국토부와 현대기아차가 국민과 소비자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경영진은 소비자들의 안전을 최우선하기 위한 대책안을 마련하고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토부 공무원들이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시민들은 성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한 기업을 대변하고 치부를 감춰주는 '좀비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기차는 그동안 국민의 사랑으로 성장해온 기업이기에 '초심'을 되찾는다면 과거의 명성 또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