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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고시촌에서 유행한다는 '섹터디'를 아시나요?

최근 노량진 고시촌 취준생들 사이에서 '섹터디'라는 황당한 신조어(?)가 유행해 화제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정은혜 기자 = 노량진 고시촌에는 정말로 '섹터디'라는 게 있나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청춘을 유보한 채 취업 준비를 하는 노량진 고시촌에서 청춘들이 사랑(?)을 나누는 황당하고 민망한 이야기가 화제다.


이른바 '섹터디'라는 은어로 불리는 신조어가 바로 그것이다. 


온라인 상에는 고시생들이 스터디에서 만나 눈이 맞을(?) 경우 공부 보다 섹스가 목적이 되는 '섹터디'(섹스+스터디의 준말)를 하게 된다는 글들이 상당수 보인다.


한 누리꾼은 "노량진서 고시 공부할 당시 친구 녀석이 스터디 끝나고 여자와 둘이 남아 공부하다가 성관계를 나눴다"며 "그 친구가 부러웠는데 나는 노량진 탈출했고 그 녀석은 여성과 헤어지고 시험도 떨어졌다"는 경험담을 풀어 눈길을 끌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또 "토익 공부를 하다가 섹터디가 되는 경우도 많다. 노량진이나 종로 일대 모텔은 밤마다 만실"이라며 "강사가 직접 짜주는 스터디가 아닌, 개인적으로 직접 모집하는 스터디는 그런 목적이 있는 스터디일 수 있다"는 경고도 눈에 띈다.


섹터디에 관한 글 중에서도 노량진의 한 유명 강사가 남긴 '경고'는 두고두고 화제다. '필기 노트 스터디를 구한다'는 수험생들의 게시글에 유명 강사는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겼다.


"우리 카페를 섹스터디 모집 카페로 만들고자 하냐"며 "스터디는 잘 이용해도 본전, 잘못하면 섹스터디가 된다는 노량진 선배들의 경고를 알고 있냐"고 지적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섹터디'라는 신조어를 처음 접한 이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정말 저런 게 있냐",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다", "성인인데 뭐가 문제냐", "정말 극히 일부의 일인데 이런 식으로 노량진 고시생들을 매도하지 말라"는 반응도 있었다.


노량진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섹터디'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는 이들은 "나는 너무 건전하게 살았나보다"는 말로 자조 섞인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섹터디의 등장'에는 너무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하는 고시생들의 애환이 서려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인사이트연합뉴스


한 고시생은 "공부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조금만 잘 챙겨주면 마음을 주는 여성분들이 많다"며 딱히 나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청춘을 유보당한 채 좁은 공간에서 공부만 해야 하는 이들의 마음에 빈 자리가 너무 크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실제 고시 못지 않게 오랜 시간 공부를 해야 하는 의대생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레지던트로 근무 중인 의대생 최모씨(30. 여)는 "각종 수술에 참여해야 하는 수련 기간에는 잠도 못자고 각종 수술방에 참여해야 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오죽하면 선배가 어깨에 손만 올려줘도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하는게 공부와 수련 뿐이라 따뜻한 말한마디, 사소한 챙김에도 이성적인 감정(?)이 생길 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아마도 '섹터디'는 다른 목적을 가졌으면서 '공부'라는 명분을 내세운 극히 소수의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생긴 말인지도 모른다.


선정적인 신조어가 주는 첫 느낌은 불쾌감을 주기도 하지만 한번 곱씹어 생각해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외롭고 슬픈 '자화상'이 담겨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