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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빵집으로 시작해 동네 빵집 다 죽인 '파리바게뜨'

30년 전 동네 빵집으로 문을 연 파리바게뜨가 공룡으로 성장해 골목 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인사이트동네 빵집으로 시작한 파리바게뜨는 최근 30주년을 맞았다. 연합뉴스


[인사이트] 장영훈 기자 = "30년전 '파리바게뜨'도 동네 빵집으로 시작했다면서 이젠 대기업이 되니까 동네 빵집을 죽여도 되는 겁니까?"


서울 시내 모처에서 작은 '동네 빵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가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30년 전 동네 빵집으로 문을 연 파리바게뜨가 '공룡'으로 성장해 골목 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16일 제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서 운영하는 파리바게뜨가 전국 매장수 3,300여개를 돌파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SPC그룹은 최근 '파리바게뜨 론칭 30주년'을 기념해 대대적인 홍보작업에 나섰고, 국내 주요 언론들은 한 목소리로 '파바'의 성과만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홍보성 기사들을 내보냈다.


인사이트해외 매장을 방문한 허영인(가운데) 회장. 연합뉴스


파리바게뜨가 국내 제빵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된 채 어두운 이면에 대한 비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영인 SPC 회장은 지난 1980년대 중반 반포동에 '파리크라상'이라는 빵집과 광화문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오픈하면서 동네 빵집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파리바게뜨는 1995년 당시만 해도 전국에 매장 380여개에 불과했지만 고속 성장을 이어가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3,300여개로 확대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업계 1위에 올라선 것은 높게 평가할 대목이지만 허영인 회장의 공격적인 출점 전략은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다.


인사이트표절 논란이 일어났던 파리바게트 빵들. Instagram 'biue4737', 파리바게뜨 홈페이지 


그 중에서도 영세한 빵집의 인기 제품들을 무단으로 카피해 해당 업체와 소비자들에게 '공분'을 일으키면서 일부 제품들을 조용히 철수시킨 바 있다.


또한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내세워 무리하게 매장을 출점해 주변 상권을 독식하는 등 영세업체들과 '상생(相生)' 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 받기도 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는 동네 골목상권에 있는 오래된 동네 빵집 바로 인근에 의도적으로 출점하는 등 상도덕을 넘어서는 '문어발식 확장'으로 지탄을 받았다.


이 외에도 생크림 빵의 유통기한을 넣어달라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의견을 외면하는 등 고객들과 소통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갑질을 하는 기업'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인사이트파리바게뜨 등 유명 빵집 매장에서 판매하는 생크림 케이크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사진 = 인사이트


물론 국내 제빵업계에 SPC 파리바게뜨가 기여한 공로는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고객과의 소통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인 점은 허영인 회장이 파리바게뜨의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좁은 한국 시장에서 영세 상인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넓은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하면 40년, 50년 뒤에도 사랑받는 SPC그룹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낯 부끄러운 '용비어천가식' 홍보에 열중할 게 아니라 고객들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이고 영세상인들과 상생하는 SPC의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